한 순간, 한 장, 한 줄
"세상은 손쉽게 공유되지만, 결코 쉽게 창작되지는 않는다."
나는 이 문장을 한 순간, 한 장, 한 줄로서 배웠다.
한 순간을 기록한 영상이, 한 장의 서툰 시선이, 한 줄의 담긴 마음이 어느 순간 나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언어라는 걸 배웠다. 그러나 동시에 내 것임을 주장하는 일이 때로는 얼마나 외롭고 복잡한 싸움이 되는지를 알았다. 좋아서 가져왔다는 단순한 말 한마디가 모든 애씀을 무시하는 방패가 될 때, 창작자는 존중받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양보해야 하는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저작권은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스민 감정의 기록이자 산물이며, 무엇보다 존재의 흔적이다. 우리가 영상을 만들 때, 사진을 찍을 때, 마음을 담아낼 때 그 안에 담긴 건 단어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존재 자체는, 이름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용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단지 사용을 멈추라는 말은 아니다. 나는 우리가 공존이라는 언어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것을 사용할 때 만든 이에게 "이것이 당신의 것이었음을 잊지 않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단순히 출처를 표기하는 것을 넘어 그 사람의 마음까지 존중하는 태도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사랑한 모든 형태의 조각들은 누군가의 고통, 기쁨, 생애의 순간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가 감탄했던 장면과 울고 웃으며 나를 키웠던 문장과 그림 모두는 누군가에게 첫 번째였다. 그리고 나는 그 첫 번째를 조심스럽게 이어 쓰는 두 번째가 된다.
누군가가 내 것을 사용하는 걸 무조건 막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내가 만든 것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았으면 좋겠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다만 그 안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이 잊혀지고 싶지 않을 뿐이다.
저작권은 공유를 막는 벽이 아니라, 올바른 세상을 만드는 다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누구나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하지 않는가? 자유란 책임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창작자에게는 책임 있는 표현의 의무가 있고, 이용자에게는 책임 있는 사용의 윤리가 있다. 이용자는 사용자일 뿐 아니라 또 하나의 창작자다.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이 균형이 맞는 순간 그 속에서 진짜 창작의 자유가 피어날 수 있다.
내게는 언젠가 내가 만든 것이 누군가의 삶에 닿기를 간절히 바라는 꿈이 하나 있다. 그러나 보다 더 간절한 건, 그 누군가가 그것이 누가 만든 것인지를 기억해 주는 세상이다. 저작권은 법률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기억의 언어이자 누군가의 생애임을 잊지 않고, 서로를 기억함으로써 더 오래 살아남기를 바란다. 세상이 있어야 꿈도 꾸고 또 이룰 수 있지 않겠는가.
오래전부터 창작자였고 동시에 이용자였던 나는 경계가 흐렸던 이 세상이 점차 누구의 이름도 지워지지 않는 세상이 되리라 믿는다. 그곳에서 자유롭게 한 순간, 한 장, 한 줄을 남기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