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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새봄 Oct 30. 2023

식사와 사료의 그 한 끗 차이







오늘 아는 분으로부터 점심 식사에 초대받았다. 커뮤니티에서의 리더님으로 예전에 함께한 인연이 있어서 네 분의 지인들과 함께 식사에 초대받았는데 맛난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브런치 카페에 가서 샐러드와 샌드위치와 커피를 시켜놓고 점심시간이 훌쩍 넘도록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고개를 들고 가게 안을 천천히 둘러보니 모든 손님이 여자고객이었다.


남자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 등교시킨 후에 이런 브런치 카페는 여자들이 점령해 버린다. 그러다가 남편들 식사에 대한 이야기까지 흘러갔다. 개인적으로 나는 남편의 식사를 따로 챙겨주거나 하지 않는다. 각자 시간이 되면 알아서 챙겨 먹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식사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지 않다.


그런데 함께한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과거얘기부터 현재에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니 어마어마했다. 정말 먹기 위해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가끔 남편에게 미안한 점은 식사를 챙겨주고 내 할 일이 있어서 작업실에 들어가면 밥을 먹는지 마는지 확인할 틈도 없고 강아지 사료 주듯이 주고 온다는 점이다. 나 역시 배고플 때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먹지 굳이 혼자 먹는데 이것저것 차려놓고 먹는 것은 에너지 낭비라 여기는 사람이다.


그랬더니 식사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그날 있었던 이야기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음식도 먹으며 상대방이 맛있게 먹는지 확인도 하고 하는 것이지 차려만 주고 하는 것은 사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가끔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것도 물론 고급사료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에 크게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면에 씁쓸함이 느껴졌다. 불현듯~ 오늘부터라도 거창하지는 않지만 상대방이 밥을 먹을 때 내가 굳이 먹지 않더라도 맞은편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마도 남편에게는 밥 잘 챙겨 먹으라고 한마디 던져놓고 나는 식사에 초대받아서 맛난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식사와 사료의 한 끗 차이


먹는다는 행위 자체는 같지만 어떤 의미로 먹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하늘과 땅차이로 달라지는 말. 오늘부터 한번 실행에 옮겨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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