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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새봄 Nov 18. 2023

언제 이렇게 많이 컸을까?

초등 때 만나 중3이 되기까지 



보통 우리 공부방에는 초등학생 때 들어와서 이사를 가지 않는 한 중3까지 함께 공부를 진행한다. 그 안에 사춘기도 겪고, 반항기도 겪으면서 고운 정 미운 정 다 쌓아간다. 중3쯤 되면 이제 무서워하는 것도 없다. 

"에이~~ 선생님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왜 그러세요?"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로 머리가 많이 컸다. 어렸을 때는 눈도 제대로 못 맞추던 아이가 말이다. 


덩치도 남편의 키보다 훌쩍 커버린 학생들도 더러 있고, 목소리도 굵어지고 심지어 여학생들은 짧은 미니스커트에 화장도 아주 수준급으로 하고 다닌다. 언제 이렇게 많이 컸을까? 이번 중3학생들은 6학년 겨울방학 때 코로나 팬데믹을 맞이했다. 그래서 중학교 생활이 통째로 날아갈 만큼 결손 부분이 컸던 학생들이다. 무서워서 학원도 다니지 못해서 유난히 다른 학년에 비해서 인원수도 많아서 분반을 해서 관리했었다. 


아마도 공부방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많은 인원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 그런 아이들이 졸업을 앞두고 있다. 중3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마지막 내신 점수만 받으면 고등관으로 이관한다. 이미 학교가 어느 정도 정해진터라 각 학교별 고등관 원장님들을 만나 상담까지 마친 상태다. 


가장 빠른 친구는 초1때와서 9년을 나와 함께했고, 가장 늦게 온 친구가 초6 때 온 친구였으니 그래도 나랑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친구들이라 이제는 그들의 성향이나 성격, 그리고 관심사 심지어는 남자친구 여자친구문제까지 꿰고 있으니 상당히 정이 많이 든 상태다. 이런 아이들을 졸업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한 건 말할 것도 없다. 


초등부에서 중등부로 올라갈 때 졸업 기념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함께 식사하곤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한 번도 못하다가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밥 한 끼 같이 먹기로 했다. 


주말 학습을 온 김에 아이들이 정한 메뉴인 무제한 갈비식당에 가서 야무지게 먹었다. 우스갯소리로 남학생들한테는 곧 군대 갈 텐데 휴가 나오면 술 사줄 테니 놀러 오라고 했다. 이런 대화를 할 만큼 다 커버린 친구들을 보니 기특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아리기도 하다. 그동안 고집스러운 나의 스타일에 잘 따라준 학생들에게 고맙고 고등부에 올라가서도 열심히 해서 실력발휘 잘했으면 한다. 30대 중반에 시작해서 나도 어느새 40대 중후반을 향해 가고 있으니 시간 참 빠르다. 


오늘 유난히 쌀쌀해진 날씨에 마음 한 구석도 휑하다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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