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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an 11. 2022

이룬 것과 잃은 것

2021년을 보내며

 매해 연말이 되면 왠지 모르게 센티해지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었으나 조금씩 무뎌지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떻게 하면 특별하게 보낼지 항상 고민했었는데 2021년 크리스마스는 별다른 계획 없이 가족들과 보냈다. 나쁘지 않은 크리스마스였다. 엄마랑 티브이를 보고 조카들과 키즈카페를 갔다. 2021년의 마지막 날에도 평범하게 친구와 술을 마셨다. 특별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조금은 신물이 난 것 같다는 너스레를 떨었다.


 매해 연말마다 올해는 어떤 것을  이뤘는지, 내년에는 어떠한 것들을 이룰지 생각해내곤 했었다. 내가 이뤘고 이뤄야 할 것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던 것 같다. 그런데 지독한 장염으로 며칠째 집 밖을 못 나가고 고통스러워하다가 문득 떠올랐다. 올해 내가 잃은 게 무엇인가? 아마 나는 올해 몇몇의 친구를 잃었다. 인연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아 노력하다가 지쳤다. 쓸데없이 에너지를 쏟는 것들을 떨궈내고 싶어졌다. 그리고 작은 집으로 이사하며 가지고 있던 옷과 신발의 반을 버렸다. 필요 없는 가구들도 다 팔아치웠다.


 나는 여태껏 내가 이룬 것들로 나를 증명하고자 했다. 조금이라도 나를 돋보이게 하는 물건을 사고 싶었고 함께 시간을 보낼 관계를 원했다. 타인의 인정이 고팠다. 나를 바라봐주는 친구들과 멋진 옷들로 나를 치장하기 바빴다. 


 그렇지만 내가 뭘 잃었는지, 뭘 덜어냈는지도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포기할지 어떤 것들을 소거해 나갈지도 중요하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가지려 한다. 점점 더 욕심은 많아지고 내 관심을 받지 못하는 물건이나 관계가 늘어난다. 이러한 욕심만 제거할수 있다면 참 살만한 인생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잠깐 든 생각이고 곧 무언가를 사거나 가지려 할것인데 그때도 좀 진지하게 이 글을 다시 볼수 있었으면 한다.


2022년에는 내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두고 갈지 판단할 수 있는 한 해였다는 바람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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