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남과 흔녀는 알다시피 별로 좋은 말이 아니다.
흔한 남자, 흔한 여자 외모적인 평가를 기준으로 하는데, 당연히 비표준어, 인터넷 용어다. 비슷한 발음이지만 한 끗 차이로 아주 좋은 말이 되는 용어로는 훈남, 훈녀가 있다. 훈훈한 남자, 여자라는 뜻. 점 하나로 아주 의미와 지위가 달라진다.
요즘 같은 비교의 사회에 편승한 이런 표현을 써서 안타깝지만 '몰입'은 나는 그런 수준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논문을 쓰는 데 있어서 원인과 결과를 구조화하기 위한 독립, 종속 변수들을 잡게 되는데 그 수많은 요인의 하나로 '몰입'이 있다. 조직몰입을 대표적으로 하여 직무, 경력 등 앞에 붙는 말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를 보인다.
대표적인 조직몰입(Organizational commitment)은 1960년대부터 연구되기 시작하였고 조직성과의 중요한 지표로서 다루어져 왔다. 몰입이 높을수록 개인과 조직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특히 사회학, 심리학, 조직학, 경영학, 행정학 등에서 지속적으로 연구되어 왔다. 이 말인즉슨, 여러 분야에서 좋게는 '대표적'으로, 나쁘게는 '흔하게' 연구되었다는 것이다.
Allen과 Meyer(1990)는 조직몰입을 정서적(Affective), 지속적(Continuance), 규범적(Normative) 몰입의 3가지 하위요인으로 구분하였다. 이 3가지 요소가 종사자의 심리상태를 반영한다. 정서적 몰입은 구성원이 조직에 감정을 애착과 동일시하면서 느끼는 감정이다. "아 우리 회사 너무 좋다."라는 식의 감정이다. 지속적 몰입은 소속된 조직을 떠나면 발생하는 것을 걱정하여 유지하는 몰입이다. "내가 이 회사 그만두면 여기만큼 다른 데 갈 수 있을까?"라는 식의 감정을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규범적 몰입은 내가 회사에 남아야 할 필요성에 대한 몰입이다. "회사를 짧게 다니고 그만두는 건 나쁜 거야" 같은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조직몰입을 높여야지 조직의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가치와 의미를 중시하는 비영리 조직인 사회복지기관에서는 무엇보다 종사자의 조직몰입이 중요하다. 영리 조직과 비교했을 때 물리적 환경, 급여, 복리후생 등의 조건이 열악한 비영리에서 조직에 몰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돈도 조금 주는데 몰입감마저 없다면 정말 못 해 먹겠다는 거다. 그래서 사회복지계도 정신승리를 위해 조직몰입과 연결지은 다양한 선행연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나도 비록 흔남 흔녀가 같은 몰입을 변수로 활용했지만, 연구는 훈훈하게 마무리되고자 여러 가지 고민을 하였다. '훈훈한 흔남'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논문의 특성상 웬만하지 않고서는 혁신적인 발견이 나오기 쉽지 않다. 기존의 연구를 기반으로 조금이라도 특별한 구석이 있으면 충분하다. 흔하면서도 훈훈한 구석만 있어주면 그게 성공한 논문인 것이다.
이에 주력하여 나의 논문은 종속변수인 '몰입'보다는 독립변수인 'ESG'를 더 중요하게 부각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다행히 나의 몰입은 'ESG'와 함께하여 훈훈한 흔남 같은 논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