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 지그문트 바우만

by 하늬바람


(내맘대로 문학기행)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 지그문트 바우만


"멸종위기에 놓인 인간 종"이라는 글에서 '근대적 기획의 창시자들이 지금의 사회적 불평등을 본다면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힐 것이다'라고 결론짓는다. 프랜시스 베이컨과 데카르트가 살던 시대, 계몽주의 시대, 더 나아가 헤겔이 살던 시대까지만 해도, 지구상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의 두 배이상인 곳은 전혀 없었다."


이 책을 읽는 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었습니다. 근대라는 단어는 봉건과 귀족사회의 몰락을 의미합니다. 부와 권력을 왕이나 귀족만이 독점하던 시대에서의 탈피, 극복, 또는 혁명을 통한 민주주의와 평등을 추구하던 시대로의 전환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근대 이후 변화의 과정이 현재에 와서 거꾸로 급속하게 귀족사회로 회귀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책은 우리가 정확하게 얼마만큼 불평등한지 여러 숫자와 통계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결론적으로 불과 얼마 전에 회자되던 2:8 사회에서 1%가 독점하는 사회로 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 통계는 한 사회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합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숫자는 눈에 잘 안 들어오지만 여러 통계가 보여주는 결과는 무서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감이 잘 안 옵니다.

어린이에게 자기가 쓸 수 있는 만원은 감이 오지만 백만 원 같은 이런 숫자는 이해가 어려운 것처럼, 보통의 성인도 천만 원은 감이 오지만, 100억 원 이런 금액은 도대체 감이 잘 안 오는 숫자입니다. 그래서인지 전 세계 1%의 부자가 소유한 재산이나 금액은 나로서는 어림잡아 보기조차 힘듭니다.

그리고 이런 식의 불평등에 대해서는 이미 너무 많이 들은 이야기이기도 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하고 인정해 버리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꼭 읽어야 될 책입니다.

바로 책 제목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나는 왜, 그리고 우리는 왜 불평등에 대해 침묵하고 있던가? 그 메커니즘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우선 저자가 이야기하는 '사회적 거짓말'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개인의 이윤추구가 공익을 위한 최선의 메커니즘을 제공한다는 논리.' 최근 쿠팡사건 등등에서 보듯이 이윤추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탐욕으로 나타나는 것을 목격하게됩니다.

'사회의 상층에 축적된 부는 사회 전체나 다른 사람들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일명 낙수효과(트리클 다운) 이론.' 이런 말은 이미 검증된 거짓말이라고 주장합니다. 우리 현실의 여러장면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검증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부정의한 교의를 보겠습니다.

1. 엘리트주의가 효율적이다.

- 왜냐하면 다수의 이익은 상대적으로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정의된 능력을 고취시킴으로써만 촉진됨 (한참 유행하던 한 사람이 백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2. 배제는 정상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사회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부에 대한 욕망은 삶의 향상에 이바지한다.


3. 이런 것들로 인해 초래되는 절망은 불가피하다.

이러한 거짓믿음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 속에 내재화돼있습니다. 저자의 말을 옮겨봅니다.

"결국 '현실'이라는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내적 소망을 방해하는 외적 저항에 붙이는 이름이다. 장애물들의 저항이 강할수록 장애물들은 그만큼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사회적 비용이 큰 선택일수록 선택될 확률이 낮다."

즉 사람들이 고분고분하게 체념을 선택하게 될 때 지위와 위신 등의 보상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불평등에 대한 저항을 선택하기보다는 체념하고 얌전히 굴복하거나 아니면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길을 시도하고 추구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조정된다는 겁니다.

'사회적 불평등의 자유스러움'이 말이 주는 의미가 무섭습니다. 얼마 전 읽었던 책에 나온 '자발적 복종'도 같은 의미일 겁니다. 이미 불평등을 자유스럽게 받아들이거나 순종하고 있다면, 과격하게 표현해서 '불평등의 감수'가 아니라 '불평등의 자발적 순종'이 더 맞게 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책을 쓸 당시 90이 넘은 고령의 저자인 '지그문트 바우만'은 유럽 사상을 대표하는 최고의 지성'이라고도 불립니다. 그의 책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을 읽은 후부터 그의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120페이지 정도의 적은 분량의 책이지만 핵심을 잡아 이야기하기때문에 군더더기 없이 읽고 이해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