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미의 마술적 리얼리즘
(내맘대로 문학기행)
- 남미의 마술적 리얼리즘
며칠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생포되어 미국으로 잡혀가는 장면이 뉴스에 나왔습니다. 상당히 충격적이었는데 이 뉴스를 보면서 남미 국가들의 수난의 역사가 떠올랐습니다. 유럽 특히 스페인에 의한 원주민들의 학살과 저항. 이후 미국에 의한 자원수탈과 간섭, 아직도 끝나지 않은 어려운 문제들과 국가가 힘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도 생생하게 보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이 아픈 남미의 역사를 소설로 승화시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을 소환해 봅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백년동안의 고독’입니다. 남미의 역사와 민족을 마술적 리얼리즘에 담아낸 소설이라는 평이 붙어있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사람들 이름이 헷갈린다는 점입니다. 외국 소설 읽을 때 힘든 점이 등장인물의 이름이 낯설어서 읽는 도중 가끔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남미의 저자가 쓴 책이라 그런지 더더욱 낯선 이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아우렐리아노" 아마란타 우르슬라" 등등 쉽게 기억되지 않는 이름들입니다. 게다가 등장인물의 이름들이 동명인이 너무 많습니다. 남미에서는 자식들 이름을 지을 때 아버지나 할아버지, 할머니 등의 이름을 따서 똑같이 짓는 경우가 많은 탓인지 아버지와 아들, 할머니와 이모, 딸 등등이 계속 같은 이름으로 나옵니다. 조금 읽기 시작하다 이거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가계도를 작성해서 옆에 놓고 읽는 도중 계속 이름들을 도표에 적어나가야만 합니다.
그 정도 노력을 하면서 읽을 정도로 책은 재미있습니다. 이 책은 1967년에 쓰인 책이고 1982년도에 이 책의 저자 마르케스는 이 책을 대표작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합니다. 콜롬비아 출신의 작가인 마르케스..
남미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세계문학사에
족적을 남긴 분입니다.
몇 년 전에 콜롬비아 등 남미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일종의 선진견학 같은걸 왔습니다. 그분들과 한나절을 함께 해야 돼서 그 나라에 대해 좀 더 알고 재미난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사진. pinterest)
주로 나오는 단어는 '축구' ‘커피’ 그리고 '미녀'... 세계에서 가장 미인이 많은 나라가 베네수엘라 하고 콜롬비아라고 나옵니다. 미스 월드에서도 이 두나라 출신이 가장 많이 뽑히는데 이유는 혼혈이 많아서라고 합니다. 스페인 점령의 역사 때문이겠죠.
그리고 '가브리엘 마르케스'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바로 이 책의 저자가 검색됩니다.
그때는 그냥 이런 분이 있구나 생각하며 흘렸는데 문득 책꽂이에 꽂힌 책을 펼치다 보니 이 이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상당히 긴 분량의 소설이지만 한번 속도가 붙으니 이름이 헷갈리긴 했어도 남미의 문학 속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우리나라 소설의 스토리 구조로 보면 박경리 님의 '토지'같은 소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대에 걸친 가문의 이야기로 그 나라의 민족과 역사, 한 시대를 대변하는 면이 그렇습니다.
'토지'는 우리나라의 향토적 색채가 강한 리얼리즘 경향의 소설이라면 이 소설은 '마술적 리얼리즘'이라 불리는 남미의 독특한 향이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사진. pinterest)
꿈같고 환상적인 일들이 현실 사건 속에 함께 일어나면서 그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할까오. 자연스럽게 현실로 연결됩니다. 신화같기도 하고 상징 같기도 한 일들, 예를 들면 예언이라든가, 연금술, 하늘로 승천하는 일들이 현실 속에 나타나 리얼리즘을 구성해 냅니다.
그래서 이런 장르를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부르는가 봅니다. 마술이라는게 화려한 가짜, 속임수라는걸 알고 봅니다. 그래서 이런 환상적인 일이 이 소설의 전부를 차지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판타지가 될 거니까요. 이 소설은 이런 장치들을 통해 현실성이 강하게 부여됩니다. 이 소설은 백 년이 넘는 시간을 담는 소설이라 서사적인 면이 강합니다.
남미의 근현대 역사를 '마콘도'라는 가상의 한 마을 속에 담아냅니다.
즉 한 집안, 한 마을로 상징되는 남미의 역사가 이 책의 큰 흐름입니다. 스페인의 식민지배와 그 이후 미국의 침탈을 받았던 아픈 역사가 바나나 회사라는 상징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거기에 대항해 싸운 호세 집안의 여러 인물들의 삶이 소설 속에 그려집니다.
남미문화나 역사에 깊은 이해가 없는 나로서는 낯선 장면들도 더러 있지만 인류사에 나타나는 보편적 이야기로 다가오는 면이 강해서 소설적 흡인력은 대단합니다. 소설로서 역사를 담아내고, 그 소설 속에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담아내는 이런 작가들의 노력과 열정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다시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