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향연에서 맛을 보다

- 다윈의 식탁

by 하늬바람

(내맘대로 문학기행)


지식의 향연에서 맛을 보다

- 다윈의 식탁


김영사에 출간한 ‘다윈의 식탁’ (장대익)을 꺼내 들었습니다. 최근에 리처드 도킨즈의 ‘이기적인 유전자’ 40주년 에디션 책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리처드 도킨스를 필두로 다양한 진화론 학자들이 등장하는 가상의 대화로 꾸며져 있습니다.



미국 MIT 대학의 어느 학자가 말하길 인류역사상 인류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남긴 3가지 사상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다윈의 '진화론' 그리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인즉슨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인간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기는커녕 우주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다윈'은 동물에 대한 인간의 우월적 지위를 빼앗았고, '프로이트'는 상처받은 인류의 존엄성을 지켜줄 마지막 보루라 믿었던 '이성'을 또다시 무의식의 하수인으로 격하시켰다는 것입니다.


상처를 남겼다는 건 우리가 진리에 다가갔을 때 받은 충격과 혼란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 상처는 인간들이 새로운 사실들을 받아들임으로써 과학을 비롯한 학문의 발전과 철학적 기본 사상틀의 변화, 즉 패러다임의 변화를 야기시켰습니다.


이 이론들이 등장했을 때 많은 논쟁과 심한 경우는 종교재판, 탄압 등이 있었던 데서 알 수 있듯이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충격은 가히 짐작할 만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엄연히 학계의 정설 내지는 중심 영역을 차지하고 있고, 과학적 사고의 바탕을 이루어냈습니다. 물론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인 부분도 있겠지만 말이죠.


나는 이 세 가지 혁명적인 사건 중 하나만 꼽으라면 진화론을 꼽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눈에 잡히지 않는 먼 우주의 이야기나 정신, 심리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화석과 현재 다양화된 동물형태로 쉽게 보게 되는 진화과정, 그리고 내가 포함된 인간이라는 동물에 대한 관심 때문입니다.


이 책은 최재천 교수의 '다윈 지능'에서 소개돼 있어 사게 된 책입니다. '다윈 지능'은 아주 대중적인 책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대중적이긴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간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식탁 위에는 해박한 지식의 향연이 이루어지고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진화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꼭 읽어야 될 필독서라 할 만합니다.


이 책은 진화론 이후 그 분야에서 연구한 대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을 전개한다는 설정으로 진화론 내부에서 일어나는 논쟁을 실감 나게 보여줍니다.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책으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와 그 반대입장에 서있는 '진화론의 구조'로 유명한 '스티브 제이 굴드'이 두 사람을 필두로 한 두 진영 간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데 지적이며 흥미진진합니다.


자연선택은 적응인가, 반적응인가, 발생된 형태중 진화의 부산물인 경우는 없는가?

자연선택의 단위는 유전자인가 아니면 개체와 집단 단위까지 인가? 진화는 점진적으로 일어나는가 아니면 굴드의 주장대로 넓이뛰기를 하는가? 진화는 진보인가 등등 도 논쟁거리입니다.

인간은 유전자의 생존기계이며 운반자라고 이야기한 리처드 도킨스는 이 책에서도 거침없는 논쟁가로 등장합니다. 이론적으로나 과학자이면서 실천가적인 자세를 보이는 그에게 많이 끌립니다.

그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으로 창조론의 변형인 '지적 설계자 이론'과 정면대결을 벌이고 있는데 이 책 뒤쪽에 한 챕터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궁금중을 푸는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같은 진화론자이면서도 '굴드'는 과학과 종교는 서로 겹치는 않은 다른 영역에 위치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과학은 사실에 대한 경험적 탐구인 반면 종교는 의미와 가치, 그리고 도덕에 대한 담론이라는 주장입니다.


이 책이 진화론자들 간의 논쟁만으로 끝나기에는 너무 아까웠는지 독자들을 위해 이처럼 과학과 종교논쟁의 최근 풍경, 도킨스 깊게 읽기 편이 배치돼있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잘 차려진 식탁 앞에서 펼쳐진 지식의 향연을 맛보긴 했는데 아직 제 입맛이 고급이 아닌지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더러 있습니다. 이 책의 연장선상으로 다음에는 ‘욕망의 진화’라는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진화심리학의 대가 데이비드 버스의 명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