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진화

- 남녀의 엇갈린 욕망에 관한 진실

by 하늬바람

(내맘대로 문학기행)


욕망의 진화

- 남녀의 엇갈린 욕망에 관한 진실


데이비드 버스가 쓴 책 ‘욕망의 진화’ 를 꺼내들었습니다. 최근에 이기적인 유전자와 다윈의 식탁을 이야기했고, 다정함에 대하여 쓴 저번글에서 진화심리학으로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른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언급했으니 이제 인간의 욕망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책 역시 진화심리학의 바탕위에 쓰여진 책입니다.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음은 말할 필요없겠죠.


남자는 여자의 신체적 매력, 여자는 남자의 경제적 능력과 지위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논리가 근대이후 상품화 전략등 자본주의 시대의 가치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라면 어떨까요? 저자는 남자와 여자의 이러한 선호주의가 오래전 조상때부터 진화과정에서 일관되게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이 현상을 이 책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로는 "진화론적 심리기제"라고 합니다.


이 책의 근거로 저자는 6개대륙 5개섬 37개의 1만47명의 방대한 집단을 조사했습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권, 이슬람과 기독교국가, 일부다처제와 혼전순결을 요구하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문화권 등 수많은 나라와 부족, 집단을 조사한 결과 '예외 없음'이라고 결론내립니다.


공작은 생존에 불리한 화려한 깃털을 왜 가졌을까?

사슴은 나무가지에 걸리기 쉬운 화려한 뿔을 머리에 달게되었을까? 다윈은 자연선택설을 쓰고나서 이러한 문제를 고민하였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가 이 책의 기본이되는데 그건 뒤쪽에서 거론하도록하고 이 책에 나온 흥미있는 대목을 하나 옮겨봅니다.



[많은 여성들과 성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적응적 문제를 풀기 위한 또 다른 심리적 해결책을 남성들이 새로운 여성에 의해 성적으로 흥분하는 현상에서 찾을 수 있는데,이를 쿨리지 효과라고 한다.

캘빈 쿨리지(Calvin C00lidge, 1872-1933, 제30대 미국 대통령)대통령과 영부인이 정부가 새로 지은 농장을 각자 시찰하고 있을 때였다.

닭장을 지나치다 수탉이 암탉과 열심히 교미하는 장면을 본 영부인은 수탉이 얼마나 자주 교미하는지 물었다.

"하루에 수십 번은 합니다." 관리인이 말했다.

영부인은 관리인에게 부탁했다. " 이 사실을 대통령이 오면 꼭 말씀해주세요."


대통령이 나중에 닭장에 도착해서 수탉의 정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렇게 물었다.

"항상 같은 암탉과 하오?" "아, 아닙니다." 관리인이 대답했다. "매번 다른 암탉과 합니다."

대통령이 관리인에게 말했다. " 그 사실을 꼭 좀 영부인에게 말해주시오"


이렇게 수컷들이 새로운 암컷을 접하면 다시 성적으로 흥분하게 되는 현상을 일컬어 쿨리지 효과라 부른다. 이로 인해 수컷은 여러 암컷들에게 성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강한 자극을 받게 된다. 쿨리지효과는 포유동물에서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형질이라고 한다. ]


위 글은 단순한 유머가 아닙니다. 실제 진화심리학에서 쿨리지 효과는 널리 쓰이는 용어입니다.

이 책은 이처럼 동물세계, 특히 영장류, 그리고 인간사회에서 보이는 모든 성적 욕망을 갈기갈기 해부해 보입니다.


방대한 분량 (약600페이지)에도 불구하고 진화론적 시각으로 인간의 심리 바탕을 들여다보기에 흥미진진합니다. 수많은 실험과 조사데이타를 제시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 보여주니까요.

짝짓기로부터 시작해서 결혼제도, 이혼, 동성애, 간통, 강간, 혼외정사, 오르가즘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가진 성적 욕망에 대한 질문과 설득력 있는 답변을 들려줍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남성은 오로지 성공적인 번식을 위해 젊고 건강한 여성을 선호하게 되었고, 여성은 자기 자손을 보존할 힘, 식량등 자원의 계속적인 조달능력, 성실한 헌신성을 가진 남자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는겁니다.

인간의 조상들이 살던 환경에서 행해진 장기적인 짝짓기로부터 남성은 한 여성의 번식능력을 독점함으로써 주로 이득을 얻었고 여성은 한 남성의 투자를 독점함으로써 주로 이득을 얻습니다. 인간사회가 일부일처제를 기본으로 자리잡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일시적 짯짓기, 즉 찰나적인 성관계는 왜 생겨났을까? 즉 매춘이나 바람피우는것, 외도, 불륜 같은것 말이죠. 이에 대한 저자의 답변은 진화론적 입장에서 여러 가설을 보여주고 그에 대한 통계와 해석을 들려줍니다. 자신의 유전자를 가능한 많이 남기려는 남성과 우수한 유전자를 받아들이려는 여성들이라는 '우수 유전자 가설'. 그리고 번식능력이 떨어지거나 자원조달 능력이 떨어진 배우자를 교체하고자 하는 '배우자 교체설' 등등


진화론적 입장에서보면 인간은 개체의 생존과 유전적 번식을 위하여 설계되었습니다. 여기서 설계되었다는 건 신에 의한게 아니라 자연선택에 의함을 말합니다. 이 가차없는 기준에 의해서 만들어진 심리 기제들은 종종 개체수준에서 이기적인 행동을 낳습니다. 하나의 여성을 놓고 경쟁하기도 하고 집단끼리 번식적 해결을 위한 갈등을 빚고 살인과 전쟁까지 불사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모두는 수많은 성공들의
길고 끊임없는 대열에서 나온 산물이다.
모든 살아있는 사람들은 진화의 성공담이다. ‘

결국 우리 개개인은 오랜 세월동안 자연에 의해 선택되어진 산물’ 이라고나 하니 그나마 위안이 좀 됩니다.

(사진 pinterest )


이 책의 시발점은 다윈이 진화론 이후 집필한 '성선택' 이라는 책에 기인하였습니다. 당시 다윈의 진화론도 충격적이었는데 은밀한'성'에 대해 논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 다윈은 진화론 이후 오랜 세월 후에야 '성선택'이라는 책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다윈은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과 번식을 위한 성선택을 분명하게 구분한 뒤, 짝 고르기를 통한 성선택은 자연선택보다 훨씬 더 지능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동물들은 보통 성선택에서 유능한 행위자 역할을 수행하고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습니다.


짝의 유전자 품질이 평균적으로 자기 새끼의 유전자 품질의 절반을 결정하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동물들은 어미와 아비로부터 절반씩의 유전자를 물려받습니다. 따라서 짝 고르기, 즉 성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한층 훌륭한 유전자를 지닌 짝을 찾는 일입니다.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버스'는 이러한 짝짓기에 나타나는 심리적 매커니즘에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진화심리학이라는 독창적이고도 탁월한 분야를 일구고 있는 분이기도 하죠.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인간의 성적 욕망에 대한 합리화를 불러일으키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어떨때는 불편한 진실을 맞대면하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간행동의 형태, 원인들을 좀 더 냉철하게 들여다본다면 사회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도 내놓을 수 있을것입니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것은 무엇이 옳다 그르다는 도덕과 가치 판단이 아니라 짝짓기와 관련된 인간의 행동양식과 심리기제는 무엇인가를 과학적인 입장에서 보자는 것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