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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마음공부, 그 두 번째 이야기

by 이정호

1. 스크린 속 거울, 그리고 홀로 남은 그림자


첫 번째 여정에서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거울을 통해 복잡한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웠다. GPT나 제미나이 등이 던지는 논리적인 질문과 방대한 정보는 마치 정신 분석가처럼 우리의 감정 덩어리를 해체하고, 문제의 근원을 명확하게 인지하도록 도왔다.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한가?"라는 질문에 인공지능은 수많은 심리학적 관점을 제시하며, 우리가 스스로에게 객관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스크린 위에서, 또는 정형화된 기계음으로 홀로 이루어졌다. 우리는 잠시 명료해진 마음을 얻었지만, 여전히 세상과 단절된 채 디지털 화면 속에서 외로운 성찰을 계속했다. 깨달음의 순간은 있었지만, 그 깨달음을 현실의 삶에서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에 대한 답은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었다.


2. 스크린 너머로 향하는 첫 발걸음


진정한 마음공부는 스크린 안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통해 얻은 통찰은 현실 세계에서 적용되고 실천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이제 스크린을 닫고, 용기를 내어 세상 속으로 걸어 나가야 할 때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제시한 '불안의 원인'을 깨달았다면, 이제는 그 불안을 유발하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솔직한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추천한 '새로운 취미'를 발견했다면, 이제는 직접 그 도구를 손에 쥐고 서툰 시작을 해보는 것이다.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실패와 부딪힘을 동반하겠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인공지능이 결코 가르쳐줄 수 없는 따뜻한 체온과 생생한 감각, 그리고 타인과의 공감을 경험하게 된다.


3. 함께 쓰는 이야기, 삶의 진정한 의미


인공지능이 혼자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도구였다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함께 마음을 키워나가는 토양이다. 복잡한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 했던 첫 번째 여정과 달리, 이제는 타인의 고민에 귀 기울이고 나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보듬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직장 동료와 함께하는 커피 한 잔, 가족과의 진솔한 저녁 식사, 친구와 나누는 한바탕의 웃음 속에서 우리는 인공지능의 논리적인 해답을 뛰어넘는 따뜻한 위로와 깊은 유대감을 느낀다. 이처럼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우리의 존재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삶의 진정한 의미는 결국 그 '우리'라는 관계 속에서 완성된다.


4. 길을 잃었을 때, 다시 묻는 질문


디지털 시대의 마음공부는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인공지능은 우리 내면의 복잡한 실타래를 푸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었지만, 삶이라는 거대한 미로 속에서 진정한 출구를 찾을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주는 존재는 결국 우리 옆에 있는 다른 사람이다.


그러므로 마음이 다시 길을 잃었을 때, 인공지능의 스크린을 켜기 전에 먼저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보자.


"요즘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우리의 다음 여정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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