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멀리 있는 그대
강 건너편 안개가 숨긴 한 알의 별빛
내 눈꺼풀 안에서 더 뜨겁게 맥동하고
물 위에선 그저 아득히 떠도는
하늘은 제 살을 찢어 올리며
푸른 심연 위에 구름의 얇은 막을 드리운다
내 혼 또한 그 막을 뚫고 날아오르려 하나
중력의 손바닥이 나를 잡아끈다
사랑은 이미 강을 건넌 철새
되돌아올 수 없는 항로에 깃털을 흩뿌리고
남은 계절들이 가을의 어깨 위에
쓸쓸한 노래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빛이 물결 위에서 제 얼굴을 지우며
하늘과 강물을 뒤섞는다
자연이 경계를 허무는 곳에서
나는 비로소
텅 빈 마음의 깊이를 배운다
그대여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이야말로
나를 살아 있게 하는 숨결
오늘도 강면에 번져가는 빛살을 바라보며
여전히 먼 곳의 그대를 향해
도달하지 못할 선율을 입에 담는다
강은 흘러가고
빛은 부서진다
그 부서진 틈새로
그대의 이름이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