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 퍼지는 빛(詩)

by 이정호

강가에 퍼지는 빛


이정호


멀리 있는 그대

강 건너편 안개가 숨긴 한 알의 별빛

내 눈꺼풀 안에서 더 뜨겁게 맥동하고

물 위에선 그저 아득히 떠도는


하늘은 제 살을 찢어 올리며

푸른 심연 위에 구름의 얇은 막을 드리운다

내 혼 또한 그 막을 뚫고 날아오르려 하나

중력의 손바닥이 나를 잡아끈다


사랑은 이미 강을 건넌 철새

되돌아올 수 없는 항로에 깃털을 흩뿌리고

남은 계절들이 가을의 어깨 위에

쓸쓸한 노래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빛이 물결 위에서 제 얼굴을 지우며

하늘과 강물을 뒤섞는다

자연이 경계를 허무는 곳에서

나는 비로소

텅 빈 마음의 깊이를 배운다


그대여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이야말로

나를 살아 있게 하는 숨결

오늘도 강면에 번져가는 빛살을 바라보며

여전히 먼 곳의 그대를 향해

도달하지 못할 선율을 입에 담는다


강은 흘러가고

빛은 부서진다

그 부서진 틈새로

그대의 이름이 스며든다


D-268.jpg (Photo by J.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