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는 것보다 안 하기가 어렵다

by 이정호

우리는 흔히 "못해서 못 했다"라고 말한다. 그 말에는 묘한 위로가 담겨 있다.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실패를 개인의 의지 바깥으로 밀어낸다. 그래서 못하는 것은 때로 덜 아프다. 시도조차 하지 못한 일에는 후회도 책임도 덜 따라온다.


그러나 "알고도 안 했다"는 말은 다르다. 그 문장 속에는 선택이 있고, 판단이 있고, 결국 나 자신이 있다. 안 하는 것은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남는다.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몸을 움직여야 건강하다는 것을, 관계를 위해 먼저 손 내밀어야 한다는 것을, 오늘이 아니라 지금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우리는 미룬다. 내일로, 다음 주로, 상황이 조금 나아진 뒤로. 그 사이에서 '못함'이 아니라 '안 함'이 조용히 쌓여간다.


이를테면 이런 일들이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는 일이 몸에 좋다는 걸 알면서도 버튼을 누른다. 한 통의 안부 메시지가 관계를 살릴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중에"라고 넘긴다. 짧은 독서, 짧은 메모, 짧은 침묵이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걸 알면서도 하루는 늘 바쁘다.


이 선택들은 모두 작고 사소해 보인다. 그래서 더 어렵다. 큰 결단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작은 선택은 즉각적인 자기 통제를 요구한다. 안 한다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순간의 편안함에 마음을 내준 결과일 때가 많다.


못하는 것은 조건의 문제다. 환경, 능력, 시간, 체력 같은 외부 요인이 작용한다.

그러나 안 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결국 나의 태도, 나의 기준, 나의 삶에 대한 밀도와 연결된다. 안 하기를 반복하면 삶은 조금씩 느슨해진다. 반대로 안 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의 하루는 조용히 달라진다.


흥미로운 점은, 인생을 바꾸는 일들이 대부분 어려운 일이 아니라 귀찮은 일이라는 사실이다. 일찍 자는 것, 물 한 컵 더 마시는 것, 한 문장이라도 적어보는 것, 먼저 사과하는 것. 우리는 그것들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잘 알기에 오히려 안 한다.


그래서 '안 하기를 멈추는 순간'은 삶의 방향이 바뀌는 지점이 된다.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오늘 단 한 번의 선택으로 충분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스스로에게 지는 싸움을 이기는 것. 그것이 안 하기를 넘는 첫걸음이다.


이 글을 읽는 지금, 당신에게도 그런 장면이 하나쯤 떠오를 것이다. 못해서 미뤄둔 일이 아니라, 알고도 안 해온 어떤 선택 말이다.


그렇다면 오늘 하루, 단 하나만 묻고 싶다.

당신은 지금 못하고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알고도 안 하고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