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고전 컴퓨터가 정보를 비트(bit)로 표현하여 0 또는 1 두 가지 상태만 다룰 수 있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큐비트(qubit)라는 양자역학적 단위를 통해 0과 1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중첩(superposition) 상태를 이용하는 컴퓨팅 패러다임을 말한다.
이것은 중첩 특성은 같은 수의 비트를 사용하는 고전 컴퓨터보다 훨씬 큰 정보량을 병렬적으로 처리할 가능성을 열어주며, 여러 큐비트가 얽힘(entanglement)을 통해 서로의 상태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침으로써 연산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고전 컴퓨터의 게이트는 AND, OR, NOT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양자역학에 사용되는 Hadamard 게이트는 0 상태를 0+1의 중첩 상태로 바꾸는 등 양자역학적 연산을 수행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중첩 상태와 얽힘을 잘 조절하고 동작시켜 원하는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그러나 양자 상태는 외부 환경의 노이즈나 온도 변화 등에 의해 쉽게 깨지는(디코히런스) 특성을 가지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오류 정정(Quantum Error Correction)이 필수적이며, 여러 개의 물리 큐비트를 묶어 하나의 논리 큐비트(logical qubit)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이 현재 양자컴퓨팅 연구에서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양자컴퓨터 연구는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론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이 주로 학문적 호기심으로 접근하던 분야였는데, 1994년 피터 쇼어(Peter Shor)가 양자컴퓨터가 큰 수의 소인수분해 문제를 고전 알고리즘보다 훨씬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음을 제시한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 산업계와 정부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후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초전도 방식(초저온 환경에서 전기적 저항을 줄여 양자 상태를 유지), 포획 이온(Trapped Ion) 방식, 광자(Photonic) 방식 등 다양한 물리적 구현을 두고 경쟁하며 발전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구글은 2019년에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달성했다고 주장하며 수백 년 걸리는 문제를 몇 분 만에 푼 결과를 발표해 화제가 되었고, IBM은 지속적으로 큐비트 수를 늘려가며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양자컴퓨팅 플랫폼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현재는 수십수백 개 수준의 큐비트로 제한된 실험적 단계이지만, 매년 큐비트 수가 늘어나고 동시에 오류율을 낮추기 위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 향후 10년 이내에 수천수만 개의 큐비트를 갖춘 양자컴퓨터가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본격적으로 구현되면 기존 암호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어, 보안 업계에서는 양자암호나 양자내성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와 같은 대체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또한 분자 시뮬레이션이 복잡한 화학반응이나 신소재의 특성을 예측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어 신약 개발, 나노물질 연구 등에서 획기적인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로지스틱스나 금융 최적화 문제 등 큰 연산 자원을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도 양자 알고리즘을 적용함으로써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양자 머신러닝(Quantum Machine Learning)이라는 분야가 이미 태동하여 대규모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는 과정이나 학습 알고리즘의 최적화를 가속화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향후 개발 방향을 살펴보면, 양자 하드웨어 아키텍처가 초전도, 포획 이온, 광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동시에 연구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며, 완전한 범용 양자컴퓨터를 이루기 위해서는 오류 정정 기술이 더 고도화되어야 한다.
토폴로지컬 양자컴퓨팅이나 표면 코드(Surface Code) 같은 최첨단 방식이 제안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논리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자 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아직은 NISQ(Noise Intermediate-Scale Quantum) 시대라고 불리는 과도기이므로, 수십수백 개의 큐비트를 사용하는 양자컴퓨터가 제한적인 문제에 대해 실용적 성능을 낼 수 없는 단계이지만, IBM과 같은 기업에서는 클라우드를 통해 일반 기업이나 연구자들이 양자컴퓨터를 실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완전한 범용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시기에 대해서는 최소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많은 편이지만, 기술 진보 속도와 연구 개발 투자가 크게 늘면서 뜻밖에 빠르게 상용화가 가시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양자컴퓨터의 주요 장점으로는 중첩과 얽힘을 통한 병렬 연산 속도 혁신, 기존 컴퓨팅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복잡한 최적화 문제나 분자 시뮬레이션의 효율적 해결, 인공지능 분야의 새로운 가능성 등이 꼽힌다.
반면 단점으로는 구현 과정이 극도로 복잡하고 많은 자본과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큐비트가 매우 민감해 디코히런스 현상을 막기 위한 오류 정정이 쉽지 않다는 점, 아직 다양한 하드웨어 방식이 경쟁하고 있어 표준화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 있다.
또한 양자컴퓨터가 충분한 규모로 확장될 경우 현존 암호체계가 빠르게 무력화될 수 있어, 보안 분야에 대한 대대적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위협이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팅과는 전혀 다른 양자역학적 원리를 이용하여 차세대 ICT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이미 글로벌 기업과 각국 정부가 대규모로 투자에 나설 정도로 기술적, 경제적 파급력이 주목되고 있다.
의료, 산업, 경제, 과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새로운 접근법과 혁신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며, 다만 오류 정정 기술 확립과 대규모 큐비트 확보라는 커다란 난관이 남아 있기 때문에 완전한 상용화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연구와 개발이 빠른 속도로 누적되면,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계산 능력과 문제 해결 방식이 구현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