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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호 May 12. 2023

이순(耳順)을 맞이하며

세 번째 스무 살을 맞이하여 작은 생각을 정리하다

서양과 달리 한국에서 60번째 맞는 생일은 의미가 상당히 크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하여 평균 수명이 늘어 60은 나이도 아니라지만 논어의 위정편(爲政篇)에서는 공자가 예순 살부터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된다고 한 것도 60의 나이이고 보면 의미가 없는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이 된다.


60세를 일컫는 단어로는 환갑(還甲), 회갑(回甲), 화갑(華甲), 화년(華年), 주갑(周甲), 갑년(甲年), 환력(還曆), 망칠(望七), 이순(耳順) 등으로 많기도 하며 농경사회에서는 하나의 큰 행사였었다고 기록에 나와 있다.


나는 이 숫자를 되새기는 의미보다는 그동안 지나온 과거를 살펴보고 앞으로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정리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


인간사 생로병사(生老病死)는 본인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법이며 선인들이 운칠기삼(運七技三)을 내세웠던 이유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운이 칠 할이고 재주나 노력이 삼 할이라는 것이 오랜 경험과 통계에서 나온 말씀이다.


돌이켜보면 정말 맞는 말이다. 운이 좋아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부산으로 일찍 유학을 나왔고, 박정희 정권 때 기능인 우대정책에 맞추어 전자특성화공고에 진학을 하였으며, 최전방이었지만 아무 사고 없이 군 복무를 마쳤고 전파를 취미로 하다 보니 자연스레 ICT 분야에 직업을 얻게 되었다.


정보통신부 공무원으로 나라에서 주는 급여를 하루도 늦게 받아본 적이 없으며, IMF가 무언지도 모르게 지나갔고 마음씨만큼이나 아름다운 부인을 얻은 것도 다 운칠기삼이 있었기 때문이다.


큰 병으로 수술 한번 받아보지 않았으며 장기간 입원 또한 해본 적이 없었고 온 가족이 모두 큰 사고 없이 지나온 60년의 세월은 나에게 축복의 시간이었다.


딸, 아들 하나씩 두어 건실하게 자기 앞길을 가주는 자녀의 복도 가졌고, 저택은 아니지만 편안히 잠자고 쉴 수 있는 충분한 평수의 집을 가졌으며, 무엇보다 60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음도 크나큰 행운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어릴 때의 사진=1963년 첫 돌 때)


부자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답을 하라면 금전적이나 부동산의 보유 여부를 따지겠으나 나의 주관적 사고는 분명 다르다.


아무리 돈이 많아봤자, 아무리 권력이 커봤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내가 쓰지 못한다면 내 돈이 아니라는 사실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해서, 언론 매체를 통해서 많이도 접해보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진정한 부자요, 다 가진 사람이다.

이순의 나이에 세상 다 산 것처럼 얘기하기는 너무도 이른 측면이 있으나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뒷 배경에는 하나님과의 만남이 있었다. 무한한 사랑과 은혜로 고비 때마다 기도에 응답을 주셨고 삶의 솔루션을 주셨다. 이 기회를 통해 하나님께 진정한 감사를 올린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ICT분야는 정말 빛과도 같은 속도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21세기 문맹은 읽지 못하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려 하지 않고 낡은 지식을 버리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국가도, 기업도, 학교도, 단체도 절대 영원히 잘되는 조직은 없다. 하물며 내가 이순의 나이를 잘 살아왔다고 남은 생애를 잘 살 것이라는 추측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나 다를 바 없다.

현대과학은 지나온 60년보다 다가올 10년 동안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멋지게 살아온 60년의 지식이 주춧돌이 되어 남은 인생에 아름답게 투자하고자 하는 것이 진솔된 나의 심정이다. 그리하여 이 생애에서 있었던 희로애락(喜怒哀樂)은 뒤로하고 홀연히 나만의 길을 갈 때 진정한 삶의 가치와 행복을 느낄 것이다.


오늘 이순을 기념하는 날에 사랑하는 아내 남경, 딸 민경, 아들 근백, 사위 병욱과 함께 건강하고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음을 무한한 감사로 여기며, 살아오며 알게 모르게 나로 인해 마음 아파해야 했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아울러 형제, 친지들과 앞으로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만날 것을 약속드리며 작은 기록을 정리하고자 한다.


(최근 찍은 가족사진=2022.10.)


2022.10.06. 이순을 맞아 이정호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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