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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유전자(DNA)

1만 시간의 법칙

by Sports Scientist

#스포츠과학


스포츠 과학의 저력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모든 원인은 복합적이다.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과정이 부족했다고 할 수 없다. 과정이 옳았다고 해도 결론이 늘 훌륭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학자 구스타프 드로이젠은 ‘이해’는 인문학의 방법이고, ‘설명’은 과학의 방법이라고 구분했다. 스포츠 유전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타고나는가, 만들어지는가?




#1만 시간 법칙


타고난 재능(유전)과 연습(훈련)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할까. 1만 시간의 법칙은 실험설계가 잘못됐다. 이 논리는 조기 교육을 강조하는 현대의 사회적 분위기와 들어맞지만, 비판적 잣대로 평가한다면 문제가 많은 연구였다.


1993년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교수 이자 심리학자인 앤더스 에릭슨을 포함한 세 명의 연구자들은 독일 서베를린 음악 아카데미로 향했다. 세계적 바이올린 연주자를 배출하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들은 아카데미 교수들의 도움을 받아서 열 명씩 세 그룹(최고의 바이올린 학생 열 명, 우수한 학생 열 명, 좀 더 실력이 떨어지는 열 명)을 선정하고 세세하게 면담했다.


연구 결과, 심리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각 집단의 연주 수준과 평균적으로 홀로 바이올린을 연습한 누적 시간은 완벽하게 대응한다. 본질적으로 타고난 음악적 재능이라고 여겨져 왔던 것이 사실은 여러 해에 걸쳐 쌓인 연습의 결과물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논문의 주저자인 앤더스 에릭슨은 ‘1만 시간 법칙’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 몇 권의 베스트셀러와 언론 기사들의 마케팅 후광을 업고 1만 시간 법칙이라 고 명명된 것이다. 이 법칙은 스포츠 현장에 서 훈련량에 대한 맹신으로 깊이 뿌리내렸고, 과훈련(over training)으로 인한 부상으로 선수들을 내몰았다.


1만 시간 법칙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은 모두 ‘횡단’ 연구를 통해 나왔다. 이미 기량이 어느 수준에 이른 사람들에게 과거의 연습 시간을 떠올려 보라고 부탁해서 얻은 자료다. 불가능할 정도로 편향된 실험설계이다.


반면 ‘종단’ 연구는 기량이 어떻게 발전 하는지를 지켜보기 위해 대상자를 오랜 시간 지켜보아야 하는 더 높은 실험 기준을 충족 해야 한다.


에릭슨의 연구를 흔히 1만 시간이 누군가가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라는 식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 개념에 따르면 운동선수가 연습을 상대방보다 덜하면 누구도 전문성을 습득할 수 없고, 연습을 더 많이 한 사람은 누구나 전문성을 획득하여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훈련과 연습만이 중요하고 경쟁자들이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면 승리는 이미 물 건너간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경기력은 모든 요인의 복합된 결과다.




#유전자형과 유전적 표현형


스포츠 유전자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스포츠 관련 유전인자’를 의미한다. 20세기 이후 과학자들은 생물의 분류를 ‘유전자형’과 ‘유전적 표현형’의 두 가지 상호보완적 시각으로 접근한다.


유전자형(DNA)은 생체 정보를 바탕으로 한 분자생물학적 정보에 근거한다. 유전적 표현형은 체력 측정검사 (근력, 지구력) 등을 통한 신체기능에 관련된 요인 등이 해당된다. 현재 약 253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를 활용한 신인선수 발굴과 개인별·종목별 전문 훈련 고도화, 부상 예방 및 부상 후 회복훈련 등에 활용되고 있다.


추가로 이에 대한 지원이 확대된다면 생활 스포츠 후 스포츠 손상 예방 및 일상생활 복귀훈련과 중추신경계 환자들의 운동치료 고도화를 통한 의료비 감소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퍼즐 이론

스포츠 유전자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절대적 조건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과학은 선수들을 위한 다양한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퍼즐을 완성하려면 더 많은 퍼즐 조각을 찾는 노력이 필수다. 어렵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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