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진화
#E. H. Carr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 진화는 시간의 경과에 따른 변화를 의미한다. 지금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역동적 과정이다.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게 될 것이다”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은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을 관통한다.
#찰스 다윈
찰스 다윈이 진화론에서 강조한 자연선택이 ‘적자생존’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다윈은 그 말을 쓰지 않았다. 1864년에 허버트 스펜서가 만들어낸 말이다.
자연선택은 ‘더 적합한 자의 생존’에 가까운 말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적응이 덜 된 불운한 개체를 제거할 뿐이다. 자연선택은 변이, 유전 가능성, 번식 성공도의 세 가지 결과로 일어난다.
#문화적 진화
현대사회에서 진화의 강력한 형태는 생물학적 진화가 아니라 문화적 진화다. 그것은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통하여 후대에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적 진화는 협력을 통하여 환경을 바꿈으로써 자연선택을 능가하는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근본적인 변화의 힘은 민중의 힘이다.
민주주의의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커진 지금 세계에서는 다수 민중의 의지가 문화적 진화를 촉진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된다. 이는 자연선택의 속도와 지혜를 능가한다. 그러나 2025년 한반도를 둘러싼 시국은 내부분열과 주변 강대국들의 국익 우선주의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민중의 힘
고통은 가치를 시험한다. 지난 세기는 이념과 분노의 시대였다. 반공은 체제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었으며, 분노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한국 사회를 분열시켰다. 이제 그 악연들을 문화적 진화의 힘으로 끊어내야 함에도 위정자들의 행태는 변함이 없다. 되레 나쁜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세계 역사에서 한반도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역사적 체제의 격전지였다. 근대 이후 전 세계에 나타난 체제에 대한 많은 실험이 이 땅에서 일어난 것이다.
체제에 대한 다양한 경험은 민중의 힘을 바탕으로 촛불 혁명으로 이어지고, 응원봉으로 발전했다. 새로운 시대의 담론을 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적 차원의 국제사회 민주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힘이 약한 나라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반도의 경우는 너무 가혹한 역사였다. 그 상처는 지금도 깊고 크다. 이제 잘못된 실수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올바른 역사의 진화가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다.
진정 알아야 할 것은 질곡의 역사를 헤어나지 못하면 치명적인 진화적 오류를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남의 일’이 아닌 ‘지금, 우리 모두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