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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이 Sep 02. 2020

나는 명란에 진심이다.

월간덕질보고서_vol.02


월간덕질보고서 제2호는 음식 '명란'이다. 덕질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현생을 허덕이며 살아가다보니, 콘텐츠를 소비할 시간을 줄어들고 하는 것이라곤 오직 먹는 덕질뿐이다.  영원한 나의 0순위 '감자'를 뒤이은 1순위, 바로 '명란'이다. 어느때나 마음에 품고 있는 찬양이다보니, 글에 명란을 담는 순간 순간이 즐겁다. 모두 함께'명란찬양가' 함께 불러주지 않겠습니까? 명란으로 대동단결하는 그날까지. 이 세상의 모든 명락덕후시여, 부디 응답해주소서.


(원래 2화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덕심은 차차 다루기로 하였다. 기다리시는 분들이 있다면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기다리는 분들이 있으실까....됴륵)




좋아하는 음식이 명확하게 있는 편이다. 정확히는 좋아하는 재료가 있다. 그것은 바로 감자, 명란 그리고 김.


감자, 명란 그리고 김.

공통점은 짜거나, 짠 것과 잘 어울린 다는 점. 이들의 최고 매력이며, 웬만한 음식들과 찰떡궁합이다.


    감자는 설탕과 소금 그 어느 것과도 잘 어울린다. 사실 감자에 대한 찬양은 따로 한 번 더 할 것이다. 감자 특유의 포슬포슬한 땅 속의 향이 어떤 음식과 어울려도, 본연의 맛을 잃지 않는다. 김은 할말하않. 그럼에도 TMI를 담자면, 나에게 있어 김은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짠 김과 안 짠 김. 원산지, 식감, 굽기 방법, 고급진 정도는 그다음이다. 물론 그중 선호하는 김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건 '짠 김'이다. 삼겹살, 참치캔, 참치회, 파스타 등 예상할 수 없던 것들과 잘 어울려 깜짝 놀라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이런이런.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 뜨끈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흰 밥을 김에 싸서 먹으면? 거기에 볶음 김치 한 조각 올리면?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워-워.



    워워. 오늘의 주인공은 명란이다. 명란은 보통 젓갈의 형태로 되어있으며, 정확히는 명태의 알을 소금에 절인 젓갈이다. (출처:나무위키) 톡톡 튀는 날치알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씹히는 질감이 매력적이다. (매력적이지 않은 음식은 없다) 어릴 적부터 별다른 이유 없이 명란을 좋아해 왔지만, 본격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에 포함시키게 된 건 몇 년 전부터이다. 아마도 이자카야를 즐겨가게 되면서, 명란에게 마음을 제대로 주기 시작했다.


(좌) 역촌역 근처 '전육점' 명란구이 / (우) 연신내 '일로' 명란치즈계란말이

    마음을 빼앗기게 된 명란의 대표작은 <명란 구이>와 <명란(치즈) 계란말이>이다. 첫 번째, <명란 구이>. 명란 구이는 명란의 맛을 오롯하게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명란 요리이다.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어,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그렇지만 이자카야마다 그 맛이 다르다. 명란 구이? 그냥 프라이팬에 올려 구우면 되는 것 아닌가요? 놉, 아니다. 일명 겉바속촉. 이것은 명란에게도 적용된다. 명란을 속까지 전부 익히게 되면, 조금 텁텁하다. 물론 그래도 맛있지만, 이왕 요리하는 거 명란이 가진 매력을 최대한 살리다면 이것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겉은 바삭하게 익히되 속의 촉촉함을 유지할 것' 이게 바로 명란 구이의 법칙이다.


    두 번째, <명란 계란말이>. 명란 계란말이 역시 요리방법은 다양하다. 보통 상상할 수 있는 계란말이 속에 명란을 넣는 방법이 있고, 거대한 계란찜 같은 계란말이에 명란을 넣는 방법도 있다. 거대한 계란찜 속에 치즈가 들어있다면? 난리 난다. 기호에 따라 느끼하다고 느낄 수 있는 명란(치즈) 계란말이와는 하이볼이 잘 어울린다. 느끼함과 짭조름함을 복합적으로 맛보다가, 상쾌한 하이볼로 싹 내려버리는 거다.


    최근 두 가지 명란 요리 말고 새로운 방식으로 명란을 접했다. 사실 원래 명란을 접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익히지 않고 먹기'. 얼마 전 홍대 근처의 한 술집에서, 막걸리 안주로 육회 사시미를 주문했다. 플레이트를 보고 박수를 쳤다. 육회 사시미와 청어알 그리고 명란젓이 한 플레이트에 담겨 나온 것이다. 담백하면서 조금 심심한 육회 사시미 한 입에, 감칠맛 나는 청어알이나 명란젓을 한 입. 이 조합은 실패할 수 없는 환상의 궁합이었다. 이 날을 기점으로 요리하고 남은 명란이 있으면 잘 뭉개어 생으로 집어먹기 시작했다. 생명란 한 입에, 시원한 생맥주 한 모금. 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맛이다. 캬-시원하다.


(좌) 홍대 '산울림1992' 한우1+육사시미 / (우) 응암동 '응암식탁' 디저트




    명란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나무 위키에 '명란젓'을 검색했다. 새로 알게 된 사실로 '명란젓 김'과 '명란젓 바게트'가 있다는 것이다. 명란젓이 들어간 마요네즈와 명란젓이 들어간 파스타는 먹어봤지만, 김과 바게트는 생소하다. 특히 빵에 명란젓이라니, 영 낯설다. 김과 바게트까지 먹으면 진정한 성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위시리스트에 냉큼 적어두었다. 김은 남대문시장에서 살 수 있고, 부산 빵집에서 파는 명란 바게트는 서울 홍대에서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설렌다. (서울 주민은 기쁘다) 문득 지금 떠오른 것이 있다. 이 글의 시작은 한 책모임 식사시간이었다. 명란들기름파스타를 먹은 후, 남은 명란을 감자과자에 올려먹는 내 모습을 본 지인이 해준 명언 덕분이었다. "당신은 명란에 진심이구나" 맞다, 나는 명란에 진심이다. 그래서 이렇게 명란만 먹는 사람처럼 명란찬양가를 쓰고 있기도 하고. 명란에만 진심이겠는가, 감자에도 김에도 맛있는 모든 음식에 다 진심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당신을 가장 사랑해, 명란♥



p.s. 사진 협찬해주신 저의 먹메이트님들, 감사합니다. ʕ•ﻌ•ʔ ♡

*수울메이트 금술랭(https://www.instagram.com/gold_drunk)

*먹팀장님 응암식탁(https://www.instagram.com/yes_stone_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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