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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an 15. 2024

DEAR ME.

모야모야병 판정을 받다. 판정받기까지 과정





아르벨이라는 브랜드를 시작한 지 어느덧 6년이 되었지만 (현재는 직책을 내려놓은 상태) 참 많은 일들이 흘러갔다. 사업초반에는 기반을 잡기 위해서 매일 밤을 새우면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치열하게 제안서를 작성하면서 머나먼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을 나를 상상하며 달렸다. 달리다 보니 좋은 기회도 있었고, 상상이 현실이 되는 상황들도 맞이하게 되었다.







23살엔 감당하기 힘든 회사 규모와 게다가 카페베이커리&편집샵까지 너무 욕심부려 벌려놓은 게 많았다.

그때는 벌려놓기만 했지 어떻게 수습해야 되는지 전혀 몰랐던 것 같다. 손님이 너무 없는 날도 있었고 많이 있는 날도 있었고, 우리 직원이 "대표님 ㅠㅠ 오늘...."이라며 주눅 들어 전화 오는 날도 많고 그 친구들에게 괜찮다며 함께해 줘서 고맙다고 위로해 주는 날도 많았다. 그러면서 나는 왜 내가 무엇을 잘못했지, 부족한지 다른 브랜드와도 비교도 해보고 마케팅 방법도 해보고 "5만 원 이상사면 특정상품 100원"이라는 마케팅도 해보고 지금 생각하면 모든 걸 다 해보았다. 챌린지 마케팅이 유행 안 했을 때 직원의 의견으로 "쿠키 챌린지"을 실행했는데 이 마케팅 덕분에 인스타그램 인기게시물까지 오르고 유능한 직원을 가지고 있어 너무나 직원이 자랑스러웠다. 그 반면에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할까 혼자 생각에 생각을 물고 답을 찾으려 했다. 어렸을 때부터 오래 앉아있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 무작정 앉아서 마케팅 포스터, 마케팅 소재를 일일이 포토샵, 일러스트로 만들어보면서 매일매일 10개씩 만들어야지만 퇴근한다. 이런 생각으로 꾸준히 노력해 왔던 것 같다.

   그러다 가끔 시야가 탁 풀리면서 안압이 올라가고 머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구토를 하는 현상들이 1년에 2-3번은 있었다. 그러고 말겠지 하면서 넘기고 또 너무 심할 땐 친한 언니한테 언니 나 혹시 4시간 안에 쓰러지면 뇌졸중 의심 있다고 얘기 좀 해줘라고 부탁했다. ( 아빠가 뇌협착이 있어서 혹시나 해서 해본 말이었음)

 







웃기지만 어느 순간부터 입술에 계속 마비가 와서 입술 마취한 느낌과 다리가 너무너무너무너무 심각하게 저리고 오른쪽 왼쪽 체온 자체가 달랐다.

허리디스크 가지고 있는 친구한테 "치악산 꼭대기가 내 엉덩이를 찌르는 거 같아"라고 얘기하면서 어떡하지 ㅠㅠ 어디 가야 하지 너무 아파라고 호소하다 결국 신경외과 예약을 했다.

                                                            침도 맞았었다..ㅠㅠ





미금역에 아주 오래된 신경외과가 있는데, 허리디스크일 수 있다며 협력업체 병원에서 허리 MRI를 찍으라 의뢰하고 다시 보자 말씀하셔서


일단 분당에 큰 병원에서 MRI를 찍었다. 너무 다리가 저리고 엉덩이가 화끈해서 가는 내내도 힘들었다 ㅠㅠ 찍자마자 의사 선생님께서 무슨... 척추 분리증이 생겨 나중에 못 걸을 수도 있다 하셨다 (이건 오진이었음) 그러면서 바로 신경차단술 주사를 맞아야 한다면서 엑스레이(?) 초음파(?) 실에 들어가서 정말 세상 처음 보는 주사의 굵기와 크기로 내 신경에다 주사를 놓았는데 너무 아프고 슬프고 서럽던지..

그래도 한층 저린 느낌은 가라앉았다. 시술이 끝난 뒤 혼자 집에 걸어가면서 벚꽃을 보는데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슬픔을 햄버거로 승화시키며 위로했었음 ㅎㅎ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위에 말한 친한 언니가 분당서울대 병원에 근무해서 3차 병원에서 치료받아보라고 얼른 예약도 잡아주었다.

그리고 다시 처음에 갔던 미금에서 오래된 신경외과를 방문해서 MRI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웬걸!!!


" 허리디스크가 전혀 없는걸요. 뇌 4번 신경이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어요"


엥????????????????????????????????  뇌의 문제일 수도 있다니????????????????????????

설마 하며 마비증상들이 있었는데 예를 들어 내 자유의지와 상관없이 입술 한쪽이 올라가서 경련이 일어난다든가 다리가 마음대로 안 움직인다든가 이런 일들은 있었지만 딱히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았었다.

 

 





이제 통증이 등까지 넘어오고 왜 저래 ㅠㅠ 하면서 지내고 점점 체력도 고갈되었었다. 조그만 외출에도 힘들어하고 힘이 풀려 넘어지는 일도 생겼다. 그러다 하루 이틀 지나고 밥을 먹으려고 숟가락질을 하려는데 그 상태로 멈췄다. 그때는 너무 웃겨서 " 이거 봐 손이 안 움직여 ㅋㅋㅋㅋ "라고 웃기면서 진짜 심각한가..? 아니 그냥 내가 안 움직이려는 마음인가? 대체 뭐지? 내가 쑈를 하나? 이런 별별 생각들까지 들다 집에 들어와서 아빠한테 밥 먹는데 손이 멈췄다 얘기하니 당장 응급병원에 내일 일어나자마자 가라고 하셨었다.













다음날... 심각할 정도로 아팠다....

머리가 아닌 뇌가 아프다 해야 되나 코가 왕왕거리면서 뇌가 너무너무 아팠다. 처음 겪어보는 고통과 제어가 안 되는 팔과 다리 거의 오징어가 흐느적거리는 느낌으로 진정한 오징어 인간이었다.


병원 가면 해결되겠지.. 라며 엄마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는데, 정말 그때는 뇌도 아프고 코도 아프고 얼굴도 찌릿찌릿하고 힘이 빠져서 못 걸었다.

(이때 엄마가 엄살피지 말라했음)


나도 내가 이러고 싶어서 그런가ㅠㅠ 하면서 억울하고 속상하고 서럽고 아프고 죽겠고 온갖은 슬픈 감정 다 가져온 느낌이었다.




그리고 제일 제일 화가 났던 부분은

응급실에서 진료를 보는데 의사가 나보고 꾀병 부리지 말라는 거다.라는 말에

아니 꾀병을 부리려고 굳이 여기 와서 시간낭비를 할까 그럴 시간에 나가서 놀지... 안 아프면 굳이 왜 오지?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 그러더니 나보고 20대가 뇌졸중 올리가 없다 니가 정 원하면 비급여로 찍어라 120만 원이다 그리고 언제 찍을지 모른다 무한정 대기해라 라면서 금융+시간공격해서......................................


심각하게 고민이 되긴 했다. 이 모든 게 진짜 내 꾀병인가.. 하.. 어쩌지 이러면서 엄마가 찝찝하면 실손 있으니까 찍어라 하셔서 '그래 내가 이 모든 걸 꾸며내진 않았을 거야' 하며 앉아있는데 머리가 미칠 듯이 아프고.. 이때 다시 생각해도 머리가 아픈 게 아니라 뇌가 아픈 거였어. 마음속으로 이것도 원인이 아니면 어떡하지 원인을 못 찾고 계속 아프기만 한 것도 지옥이지 않나 하며 온갖 스트레스를 다 받고 기다리다 드디어 "000 환자, CT, MRI 조영제 동의서 받을게요"하고 간호사님이 오셔서 동의서 받아가셨고 6시간 만에 검사를 완료했다.


근데 내가 조영제 알레르기가 있었던 건 몰랐다.. 아님 정말 이제 뇌가 미친 건지 혀가 마비되었다.

혀가 나온 상태로 굳어버려서 나도 당황스럽고 엄마도 당황스럽고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울었는데 코피가 나서 총체적 난국이다 어이없고 응급실 환자 진행상황만 보면서 기다리는데


000 환자 "입원확정"문구가 떴다. 뭐야 나 왜 입원이야 아무도 안 알려주고 기다리는데,



레지던트 선생님이 허겁지겁 오셔서

"000 환자 신경외과라 협의 중인데 응급수술 들어갈 수 있어요 모야모야병 판정받으셨습니다"


이게 뭔 소리야 하 나 그 병 아는데.. 고등학교 과학책에서 봤는데 막 연기처럼 혈관이 꼬여있는 거라 했던 걸

본 적이 있어서 희귀 난치병이라는 무서움 + 내가 진짜 아팠던 거구나 꾀병 아니었구나 + 봐봐 나 꾀병 아니었잖아ㅠㅠ!!! 억울함 온갖 감정이 복합적인 감정으로 혀 마비된 상태에서 우니까 또 코피가 났다....


병 판정받고 어떡하냐는 엄마의 발 동동과 우는 나를 주변 환자 모두 쳐다보고

나는 그렇게 CP로 옮겨졌다.


   


입원해서 다시 정밀 MRI, 뇌혈관조영술 등 받아야 한다 해서 부랴부랴 코로나 검사하고 입원수속받으니

새벽 2:30 분에 입원했다. 1인실 밖에 없어서 들어갔는데 너무 초라한 1인실이었다. 실망 대실망


*팁을 드리자면,  12시 이후 새벽근무 입원이면 1.5배 더 낸다 는 점*

48만 원이었는데 75만 원(?) 이 되었다



아무리 진통제를 맞아도 뇌가 왕왕거리고 코가 아픈 통증은 그대로였다.

점심을 먹는데 좀 이따 먹을게요 해서

아주머니가 저기다 놓아주셨는데,,, 아 참,,, 나 못 걷지 ,,, 그림의 떡 결국 굶었다.



조영술 들어가기 전까지 처리할 게 있어서 일하다가 (음료, 음식의 제한은 없었습니다)

이때까지 몰랐습니다... 제 눈이 얼마나 소중한지요.


조영술 들어가기 전에 간호사 선생님이 지혈 어떤 방식으로 할 건지 물어보셨다. 풍선으로 지혈하는 건 비보험인데 3-4시간이면 끝나고 일반지혈은 8-9시간 걸린다 하셔서 당연히 풍선으로 지혈하는 걸로 선택.

조영술 시술 설명해 주시는데 허벅지 대퇴부에 구멍 뚫어서 동맥 따라 기계 올라가서 뇌사진 찍는 것이다라고

무서운 단어들을 아무렇지 않게 설명해 주시니 더 무서워졌다 ㅎㅎ

 




올게 왔다.. 조영술 막상 검사하러 들어가는데

누워서 앞사람들 기다리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에이 괜찮아요! 이거 8 살도 해요 하나도 안 무서워요"라고 하셨는데 말과 달리

안쪽 검사실에서는 "자 환자님 움직이시지 마세요. 사진 안 예쁘게 나옵니다" "번쩍거려요" "뜨거워요" "자 잘하시고 계세요 번쩍번쩍거려요" 들으니 어떻게 안 무서울 수 있나요...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너무 무서운데 교수님께서 "자 모야모야 환자입니다. 이번에도 예쁜 사진 찍읍시다" 하고 차가운 스텐 위로 내가 옮겨졌는데 정신은 없었지만 3D로 뇌혈관 사진을 보는데 우와 ㅇㅁㅇ!! 예쁘다!! 신기하다!! 랑 동영상처럼 재생되는 것도 있었는데 그것 도보면서 우와!!!!!!! 너무 예쁘다 하며 신기하다 이따 내 것도 볼 수 있겠지? 하고 무서움반 기대반으로 시작했다.




눈 꼭 감고 절대 뜨지 말라 하시고 국소마취하고 허벅지 째는 것도 느껴지고 혈관 타고 기계가 올라가는 것도 느껴졌다 약간 혈관 당기는? 영차영차 으쨔으쨔 그런 느낌. 번쩍거려요가 왜 번쩍인다 하는지 신기하게 눈을 감았는데 노란색 번쩍임이 보인다 신기했다. 그러고 360도 회전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건 나중에 알고 보니 정말 날 360도 회전시킨 거였다.) 15분? 30분? 찍고 다 찍었습니다 잘했어요! 사진 잘 나왔습니다.


듣고 얼른 눈떠서 내 뇌혈관을 확인했다 3D로 꼬여있고 확대되어 있는데 어찌나 아름답던지 못 찍어온 게

한이었을 정도였다 계속 눈으로 담으려고 계속 모니터가 5대 정도 됐었고 또 밖에서 동영상으로 분석하고

계시는 분들것까지 보면서 우와 내 뇌혈관이 이렇게 생겼구나!!!!! 감탄하고 있다.. 뜨거운 것을 인지했다


갑자기 허벅지가 불타오르는 느낌 너무 뜨거워서 1차 지혈을 하는데 처음에 간호사 선생님한테 내 뇌혈관 질문하다가 예전에 친구가 죽을 때 본인은 칼, 총 다 맞아보고 싶다 했던 게 떠올라서

"헉 선생님 혹시 칼에 맞으면 이렇게 뜨겁나요?????? 저 지금 칼에 맞은 거랑 비슷하다고 볼 수 있나요?"

비슷하다 하셔서 친구한테 알려줄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올라갔다.


그때부터 지옥이었지.


들어가자마자 조영제 때문인지 알레르기 약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차원이 다른 뇌가 아픈 게 몰려왔다. 코가 왕왕거리는 아픔은 계속 있었는데 또 모든 얼굴이 마비가 오고 커튼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불빛만으로도 눈이 너무 아파서 손으로 눈을 가리며 끙끙거리고 5시간을 버텼다.


계속 진통제 맞고 수면유도제를 처방받고 그거에 자다 일어나니까 눈통증은 가라앉았다. 근데 담당 선생님 왔는데도 걸을 수 있냐 없냐 손 들어봐라 등 말만 하시고 수액 좀 더 맞을게요 하고 딱히 치료를 하시지 않아서.. 뭐지.. 나 왜 수액만 맞지... 병원에서 과잉진료하는 거 아니야? 뭐지 이 상황이?.. 하고 아 이게 말로만 듣던 과잉진료구나 퇴원해야겠다!!!

하고 저 보행기로 열심히 걷는 연습 했다.


1인실을 3일 있으면 부담스럽고 (차라리 시설이 좋았음 돈이 안 아까웠을 거 같다) 여하튼 컨디션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그냥 퇴원하겠다 통보했다 안 된다 하셨는데 아니요!!! 됩니다!!!! (바보 같은.. 나...)



희귀 난치질환이라 산정특례 선정이 되어서 10%만 부담하고, 최종 진단서를 받게 되었다.

또 교수님이 신기했던 게 나는 편측모야모야병이다. (계속진행 중) 남들은 선천적으로 양측으로 병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나는 후천적으로 생긴 거라서 (다음 편에 계속) 신기해하셨다.

 

그리고.. 다른 병원 가면 치료를 해줄 것이다라고 생각했는데 (바보 같은 나... 2)


"뇌질환은 수액이 답입니다~ 뇌경색, 뇌출혈이 아닌 이상 수분 공급 해주는 것이 치료다"

몰랐습니다 하하... 뭔가 내가 생각했던 기술발달과 현실과 괴리감이 있어 처음엔 정말 못 믿었다. 거짓말

방법이 있겠지 아 당연히 병이 있으면 누군가가 약 개발했겠지 당연히 치료될 수 있겠지

혈관을 넓히는 약이든 시술이 있겠지 했지만.. 뇌 미세혈관들이 촘촘하게 엉켜있는 걸 확대시킬 수 없다.

막혔기 때문에 자기네들끼리 혈관을 형성한 거라서 안 터지길 바라야 되는 것이다. 그것만이 답이라는 걸 알고

절망했다. 안 한척했는데 솔직히 안 했다 하면 거짓말이다.

 


MRI로 본 귀여운 제 뇌혈관입니다.

오른쪽으로 모야모야가 와서 저는 왼쪽 마비가 옵니다



회복 안 한 채로 급하게 퇴원했다 결국 또다시 입원하게 되었다.

뇌질환으로 유명한 이시운 교수님으로 담당교수님을 바꾸고 하나하나 이제 병을 배워가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2021/04 시점으로 3년이 2-3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도

다양한 원인과 증상들로 1년에 5번은 평균적으로 응급상태로 병원을 가게 되고, 매주 목요일마다 다른 병으로도 분당서울대병원을 방문하는데, 이는 차차 풀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뇌혈관질환 환우분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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