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얼굴도
성품도
말씨도
행동거지도
다들, 잘 안다고 한다.
옆집 동무
단발머리 동급생
직장 동료
계절풍처럼 스친 사람들
빛바랜 흑백사진 흔들며
단호한 목청으로
다들, 아주 잘 안다고 한다.
거울 속
마주 보는 낯선 얼굴
한 번도 꿈꾼 적 없는 생경한 존재.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봐도
어떤 사람인지 모호하고
다들, 안다는 모습도 아니다.
낙화한 어제
들꽃처럼 핀 오늘
개회되지 않은 내일
작은 날개로 얼마만큼 비상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지금도
다들,
나를 잘 안다고 한다.
강변 산책길
새벽마다 만나는
거미 참새 까치 청둥오리
풀숲아래 웅크린 노란 눈동자 들냥이
강물에서 먹거리 낚아채는 하얀 두루미
다들,
나도 잘 아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