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3. 다들,

by 글바트로스

이름도

얼굴도

성품도

말씨도

행동거지도

다들, 잘 안다고 한다.


옆집 동무

단발머리 동급생

직장 동료

계절풍처럼 스친 사람들

빛바랜 흑백사진 흔들며

단호한 목청으로

다들, 아주 잘 안다고 한다.


거울 속

마주 보는 낯선 얼굴

한 번도 꿈꾼 적 없는 생경한 존재.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봐도

어떤 사람인지 모호하고

다들, 안다는 모습도 아니다.


낙화한 어제

들꽃처럼 핀 오늘

개회되지 않은 내일

작은 날개로 얼마만큼 비상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지금도

다들,

나를 잘 안다고 한다.


강변 산책길

새벽마다 만나는

거미 참새 까치 청둥오리

풀숲아래 웅크린 노란 눈동자 들냥이

강물에서 먹거리 낚아채는 하얀 두루미

다들,

나도 잘 아는 걸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32. 너는 아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