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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민 Jun 24. 2024

너의 진가를 알아주는 이들에게 감사를 자주 표현했으면

올 3월 5일이었다. “팀장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요? 저는 오늘 「모든 순간이 너였다」라는 책을 펼쳤는데 ‘너의 진가를 알아주는 이들에게 감사를 자주 표현했으면 해’라는 문구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제일 먼저 떠오른 팀장님께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는 문자를 받았다. 감사한 문자를 보낸 친구는 2017년 10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함께 근무했던 동료였다. 지금은 부처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만나지는 못하지만,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내게 소중한 말을 전해 준다. 그때 나는 하태완 작가의 「모든 순간이 너였다」라는 책을 꼭 보리라 약속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며칠 전 다시 문자 한 통을 받았다. “7월 1일 복직을 앞두고 강릉 1세대 박이추 선생님 카페에 다녀왔습니다. 한 가지 일을 몇십 년을 한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어떤 일생일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나는 공직 생활을 하면서 온 마음을 다한 경험을 언제 해 보았을까 생각하면서도, 팀장님께서 공직에 온 마음을 다한 순간은 언제인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박이추 대표는 강릉 연곡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보헤미안’이라는 카페의 대표이다. 35년 전 일본에서 커피를 배우고, 강릉에서 21년을 지낸 1세대 바리스타이다. 경포대 안목해변 해안가에 카페가 유난히 많은 이유는 박이추 선생의 영향이 크다.     


롱블랙이라는 구독형 잡지에서 박이추 선생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박이추 선생은 커피를 내리는 1분간은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커피를 잘 내려야겠다는 생각조차도 안 된다. 온도는 92~96도, 주전자 물은 절반만 채운다. 중간물과 바닥의 물 온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선형을 그리며, 원두를 적실 정도만 붓고 뜸을 들여야 한다. 내리는 사람의 한결같다면, 그 사람만의 맛을 낼 수 있다. 기술보다는 태도가 중요하다. 박이추 선생은 자신만의 배합 비율을 찾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자신에게 엄격했다. 그는 “마음을 다해 커피를 내리자. '나는 왜 커피를 내리나'라는 질문을 했고, 맛있는 커피는 우연히 나오지 않는다.”라고 생각했다. 그는 “커피는 최고가 없지만, 최고를 향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라고 말한다.

     

“직장인과 직업인은 다르다. 직과 업이 분리된 사람들로 채워진 조직에는 부패가 만연하고 생기가 없지만, 직과 업이 일치하는 사람은 돈 몇 푼에 영혼을 팔지 않습니다. 그리고 몰입할 수 있으며, 창의적인 도전을 할 수 있습니다.” 최진석 교수가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하신 말씀이다. 박이추 선생은 직과 업이 일치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몰입할 수 있었고, 커피를 내리는 매 순간을 최고를 향한 정성된 마음으로 산 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게 질문한 그 친구처럼, 내가 하는 일에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으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온 마음을 다해 내 일에, 내 삶을 살아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다. 부끄러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내 삶의 태도는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무슨 일이든 자기가 하는 일을 고집스럽게 오랫동안 최고를 향한 정성된 마음으로 일을 하리라고. 그런 삶을 살면 다른 사람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고, 박이추 선생님처럼 세상도 바꿀 수 있다고 말이다.      


얼마 전 마크 엘리슨의 「완벽에 관하여」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뉴욕 최고의 목수인 마크 엘리슨은 40년 동안 현장에 머무른 사람이면서도 더 도전하고 배울 게 남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실수에서도 배우고, 배우는 것에 가슴 떨려하고, 도전하고 연습한다. 더 성장할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을 남겨둔다. 그는 ‘두려움이 없는’ 삶이라 도전을 해온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희생을 감당해 온 것이다.  


나는 그 친구에게 답했다. “무슨 일이든 자신이 하는 일에 몰입하며, 오랫동안, 고집스럽게, 그리고 탁월하게 해내는 사람이 되려고 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향해 배우고, 도전하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사람,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멋진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나도 늘 그런 마음으로 살려고 해.” 그 친구 질문은 언제 온 힘을 다해 공직에 임했는지 묻는 이었지만, 나는 늘 그런 자세로 살겠다고 답했다.  


박이추 선생님을 보고 왔다고 문자를 받은 날, 나는 도서관에서 「모든 순간이 너였다」 책을 빌린 날이었다. 그 이야기를 전했더니, "와, 팀장님 또 통했네요."라고 화답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진가를 알아준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그분에게 감사 인사를 해 보면 어떨까? 생각지도 못한 소중한 일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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