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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봄 Oct 23. 2024

생각의 왜소증

보건실 이야기1

윙! 털컥!

"측정이 완료 되었습니다."

지윤이는 키몸무게 측정대에서 조심스레 내려온다. 발은 신발을 향해 가지만 눈은 측정수치에 가 있다.

"컸어요?"

"어디보자!! 어, 그래! 지난 달보다 0.2cm 컸어요."

그제서야 아이의  표정은 옅은 미소를 짓는다.


지윤이는 학기 초 어머님과 상담을 통해 지윤이 임신 때 뇌의 이상이 발견되었다며  임신을 유지할 계획이냐고 들었다고 한다. 어머님은 여러 고민 끝에 낳기로 결심했고 지윤이는 지금 아무 이상없이 학교 생활을 잘 하고 있다. 어머님의 고민은 있다. 지윤이가 또래보다 키가 많이 작다는 거. 그것이 혹시 뱃속에서 들었던 서운한 말 때문은 아닌가 신경이 쓰여 매달 키를 측정하고 있다고 했다. 측정하는 곳이 병원, 보건소, 주민센터 등 다른 곳이니 뭔가 측정치가 다르고 의심스러워 학교에서 매달 측정이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그 후 지윤이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하교 전 키를 측정한다. 교사로서 보는 지윤이는 밝고 명랑하고 진취적이며 발표도 잘하고 또박또박 자신의 의견도 잘 말한다. 물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리더십도 있고 때로는 숙일 줄도 아는 아이이다. 유독 보건실에 키 재러 오는 날은 평소 보건실 출입때와는 다르게 노크소리에도 의기소침이 느껴진다. 


왜소증은 가족성, 호르몬, 체질성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밝혀 지지 않은 원인이 더 많다고 한다.

왜소증은 글자 그대로 같은 나이의 같은 성을 가진 아이의 신장 표준치보다 300분율 이하일 때를 말한다. 지윤이가 어떤 경우에 해당 되는지 정확하게 왜소증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단지, 또래보다 눈에 보이는 키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왜소증을 진단내리지는 않기 때문이다.(출처-분당서울대병원 홈페이지)


내가 살아가는 삶에도 정서적인 정신적인 왜소증이 없는가 돌아보게 된다. 나의 부족한 모습, 주변 사람들의 시선, 세상에서 규정지어 놓은 모습들로 편협한 시선으로 나와 세상을 바라보아 나아가지 못하는 부분은 없을까?

내가 나를 사랑하지만 참 부족한 모습이 많다. 내 주변에는 참 본받을만한 지인들이 참 많다. 세상에는 내가 생각도 못한 생각과 의견을 내는 대단한 분들이 많다. 이런 생각의 왜소증에 사로 잡혀 더 도전하지 못해 성장과 성숙을 경험할 기회조차 내가 나에게 박탈하는 것이 있다. 어쩌면 미디어의 영향으로 더욱 그 방향으로 달려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옳고 바르며 우리 아이들이 이런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대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함을 알고 있다. 어쩌면 내가 꿈꾸는 세상은 없을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 나는 겸손, 배려, 협동, 공동체, 독창성, 다양성 등의 보이지 않지만 세상에는 꼭 필요한 필수 요소로 성숙과 성장을 경험 할 것이다. 그리고, 나의 나눔이 필요한 곳에 작지만 소중한 무언가가 전달 될 것이다. 


오늘도 지윤이의 소심한 노크소리가 항상 마음에 걸린다. 아이의 밝고 진취적인 좋은 모습이 마음의 왜소증으로 퍼질까 조심스럽다. 그림책 종이봉지공주를 읽어주며, 지윤이의 모습 그대로 환한 미소를 꿈꿔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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