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꽤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나고 있다. 노후 설계를 나름대로 해 왔으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구멍이 발생했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이라는 나이대임에도 불구하고 삶은 ‘느닷없이’ 내 머리채를 낚아채듯 정신을 어지럽힌다. 그러나 상황 그 자체보다도 어쩌면 더 고통스러운 건 비교하는 마음, 이라는 것. 남의 삶을 들여다볼수록 내 삶이 초라해진다는 것, 하지만 그건 이미 여러 책과 공부를 통해 수도 없이 확인했던, 나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지 않았던가.
요즘은,“이 정도 공부했으면서 나는 도대체 왜 이것밖에 안 되는 거야?”하고 책망하는 이중의 고통에 시달린다. 모든 것이 평화로울 때 평화로운 숨을 쉬는 그 숨이 무엇이 그리 대단할까,라며 중얼거리다가도, 그래서 도대체 모르는 게 없는 너(나)는 뭣 때문에 괴롭냐고 하면서 뭐냐며 스스로를 더 괴롭히고 있다. 이럴 때, 참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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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교 교수의 책, ‘천 번을 부서져도 그대는 여전히 바다다’를 유튜브 ‘일당백’의 강의를 듣고 읽게 되었다. 이 책은 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챕터마다 경전의 내용이 실리고 저자가 현대적 용어로 풀어 설명한 해설서에 가까운 책이다. 유튜브 강의 시작하고 33분쯤 지났을까. 좋은 파도와 나쁜 파도를 구별하려 했던 사람이 결국 모래사장에 털썩 주저앉아 밀려오는 모든 파도를 그냥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비유가 나왔다. 이 지점에서 나는 방송으로는 뭔가 부족해 책을 읽고 싶었다. 후다닥 전자책을 구입해 해당 내용을 찾았더니 챕터 20에 그 내용이 나왔다.
챕터 20에는 ‘맛지마 니까야’라는 경전의 내용을 싣고 있다.
“진리를 배우지 못한 이가 즐거운 감정을 느끼면, 그 느낌이 지속되길 갈망한다. 그러나 곧바로 그 즐거운 느낌은 소멸해 버리는구나.”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 Sapiens》에서 ‘참된 행복’을 불교의 행복론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붓다의 통찰이 맞다면, 인류는 지금까지 행복에 관한 완전히 잘못된 생각 속에 살아왔다고 선언한다.
붓다에 의하면, ‘편안하다’, ‘즐겁다’ 등의 감정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결코 행복으로 향하는 길이 아니다. 물질의 획득이 아닌 마음의 만족감을 추구하는 것은 행복에 다가가는 길이 맞긴 하지만, 단순히 내적 만족감만을 좇는다면 이 역시 집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특정 감정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그저 지금 일어나는 감정을 오고 가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유발 하라리는 이러한 마음 상태를 아주 멋진 예시를 통해 들려준다.
“누군가 바닷가에 서서 좋은 파도와 나쁜 파도를 구별하려고 무척 애를 쓴다. 하지만 그는 곧 좋은 파도만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무익함을 깨닫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모든 파도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좋은 파도와 나쁜 파도란 존재하지 않는다. 좋고 나쁜 것은 모두 내 마음이 만든 것이다.”라고 저자는 유발 하라리의 글을 인용하면서 설명하고 있다.
나는 요즘..., 일상이 그다지 ‘별 일 없을 때’ 마음공부니 뭐니 하면서 겉멋만 부리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있는 그대로’라는 명상의 바이블 문구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내심 좋은 파도만 고르려고 하고 있던 건 아닐까 하는 괴로운 자각이 들고 있다.
"도공은 도자기를 만들고 목공은 나무를 깎지만, 현명한 이는 자기 자신을 다룬다."
챕터 12엔 위의 법구경 구절을 인용했다.
“붓다는, 알 수 없는 사후 세계, 본 적도 없는 신을 좇는 가르침, 끝없이 육체를 학대하는 모든 가르침은 행복의 길과 다르며, 오히려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꾸짖었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참된 행복을 만나기 위해 진정으로 힘을 쏟아 탐구할 대상은 ‘행복’, ‘천국’, ‘신’이라는 욕망을 만들어내는 지금의 내 마음이라고 했다.”
저자는 이 법구경 구절을 이렇게 해석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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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내 마음...
문득 오래전 읽었던 [도덕경] 1장이 떠 올랐다.
도가도 비상도 (道可道 非商道)
명가명 비상명 (名可名 非商名)
도덕경 공부를(공부라고 하기엔 다소 민망하긴 하지만 그대로 꽤 오랫동안 훌륭한 선생님의 강의에 참석해서 공부를 했다), 이름을 붙이는 순간, 이미 본래의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배웠다. 나는 그것을 ‘비교하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해 왔다. 이름을 붙이는 순간 세계는 갈라지고 갈라진 자리에는 마음이 스스로 상처를 낸다.
나는, 3천 년 전의 노자를 제법 이해했다고 생각하며 살았으며, 그래서 나는 많은 것으로부터의 비교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오해를 하고 꽤 오랫동안 하고 살았던 것 같다. 그건 내가, 크게 부족함이 없었을 때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나는 지금 어떤 절벽에 맞닿아 있는 심정이다. 나는 계속 아프고 흔들릴 일이 좀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잊지는 말자. 지금 파도가 또, 몰려오고 있구나. 그렇구나,라면서 담담히 지켜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래, 흔들려도 좋다, 바다는 파도에 부서진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만 않을 수 있도록만 하자. 그래,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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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챕터마다 부처님의 지혜로 가득 찬 말씀과 그 말씀을 잘 풀어 나처럼 우둔한 사람에게조차 이해를 더 해 주신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