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열일곱, 인생의 제어장치가 부서졌다

by 도연

프롤로그


열일곱, 인생의 제어장치가 부서졌다.


빨간불이 켜진 횡단보도 앞이었다. 옆에는 아버지와 동생이 서 있었다.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이어야 했지만, 뇌는 그 순간을 기괴한 연극으로 바꾸어 놓았다. 갑자기 눈앞의 초점이 흐릿해지더니 세상이 일그러졌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리에 힘이 들어갔고, 나는 제자리에서 미친 듯이 점프를 하기 시작했다.

눈은 풀려 있었고, 입에서는 의미 없는 신음이 새어 나왔을지도 모른다. 옆에서 나를 지켜보던 아버지와 동생의 눈동자에는 경악과 공포가 서려 있었다. 아버지가 내 어깨를 흔들었지만, 내 몸은 이미 전두엽에 자리 잡은 불청객의 명령을 따르고 있었다. 그것은 나의 선택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일어난 폭주였다.

결정적인 사건은 그다음 날 일어났다. 평소처럼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던 길이었다. 기억은 거기서 끊겼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집 안이었고, 가족들은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내가 쓰러졌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지만, 나를 지켜본 가족들의 공포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 길로 달려간 큰 병원에서 나는 '뇌종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전두엽이 고장 난 소년에게 통제는 사치였다. 수술대 위에서 머리를 열고 나서야 나는 삶을 뒤흔든 괴물의 정체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종양을 걷어내자 안개 같던 머릿속이 맑아졌다. 이전보다 훨씬 더 깊은 집중력이 찾아온 것이다. 흉터는 남았지만, 뇌는 비로소 정상적인 궤도에 진입했다.

하지만 수술 후 마주한 현실은 여전히 차가웠다. 집안을 짓누르는 지독한 가난. 열아홉 살의 나는 결심했다. 가난을 끊어낼 유일한 방법은 오직 주식뿐이라고.

돈 한 푼 없던 손자를 위해 할머니께서 손을 내밀어 주셨다. 할머니의 도움으로 만든 생애 첫 주식 계좌. 그것은 평범한 통장이 아니라 인생을 건 마지막 티켓이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피땀 흘려 번 돈을 모두 쏟아부었다. 하지만 시장은 냉혹했다. 뇌는 맑아졌을지언정 시장이라는 괴물을 다루는 법을 몰랐던 나는 매번 손실이라는 쓰디쓴 잔을 마셔야 했다.

수년간의 시행착오, 그리고 멈추지 않았던 실전의 기록들.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머릿속의 종양과 싸워 이겼던 것처럼, 시장의 비이성적인 흐름과 싸우고 또 싸웠다. 그리고 마침내 십수년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전두엽이 고장 난 채 질주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나만의 확실한 정답을 찾아낸 것이다.

이 책은 뇌수술이라는 절벽 끝에서 돌아온 소년이, 어떻게 그 결핍과 상처를 동력 삼아 시장에서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내렸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나의 전두엽은 고장 났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빈틈과 흉터 사이에서 나는 진짜 수익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

이제 뇌가 속삭이는 거짓말을 멈추고, 내가 죽음의 문턱을 넘어 길어 올린 그 정답을 확인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