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의 이야기가 우리교육에 던지는 질문

입시와 교육의 문법이 바뀌어야 한다

by 이동배


최근 넷플릭스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서울 자가에 사는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속 주인공인 김낙수는 대기업 통신사 25년차 부장으로 서울 강동구에 자가를 보유한 50대 가 장으로 산업화 시대의 마지막 문을 닫는 세대를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학창시절 어려운 대입제도를 뚫고 명문대를 진학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서도 부 장으로 승승장구하는 소위 ‘줄세움’ 경쟁의 승리자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던 어느 날, 본인이 명퇴 대상자가 되면서 김 부장의 견고했던 스펙과 학벌은 모래성처럼 흔들린다. 반면에 김부장의 아들은 변화하는 시대에 아버지가 정해놓은 길을 거부하는 세대를 대표한다. 이 드라마의 내용을 우리 교육의 문제와 연관지어 각색해서 바꿔보았다.


■ 학벌에 대한 집착 vs 고유한 가치의 발견
김 부장은 아들의 성적표를 보며 늘 명문대 진학만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김 부장: "아빠가 왜 이렇게 공부하라고 하는 줄 알아? 결국 남는 건 이름표야. 어느 대학 나 왔느냐가 네 평생의 계급을 정한다고. 아빠 봐라, 명문대 나와서 대기업 부장 소리 들으니까 어디 가서 무시는 안 당하잖니."
아들: "아빠, 그 이름표가 아빠를 지켜줬나요? 회사 밖으로 나오시니까 그 이름표보다 아빠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가 더 중요해 보이던데요. 저는 남이 정해준 이름표보다 제가 어 떤 사람인지 증명하고 싶어요."


■ 정답을 맞히는 훈련 vs 질문하는 힘
김 부장은 효율성을 강조하며 정해진 답을 빨리 찾는 공부를 주문하지만, 아들은 질문의 힘을 믿는다.
김 부장: "인생은 속도전이야. 시험 범위 안에 있는 정답을 하나라도 더 맞춰서 남보다 앞서가 는 게 공정이고 실력이야. 쓸데없는 질문 던질 시간에 문제집 한 장 더 풀어라."
아들: "아빠, 정답은 이제 AI가 더 잘 맞춰요. 지금 저한테 필요한 건 '왜?'라고 묻는 힘이에 요. 제가 이 프로젝트를 왜 하는지, 이 공부가 내가 사는 세상에 어떤 가치를 주는지 고민하 는 과정이 진짜 공부라고 생각해요. 저는 수험생이 아니라 '스스로 인생의 배움을 결정하는 주체'로 살고 싶어요."
■ 조직에 대한 충성 vs 개인의 주체성
조직의 부속품으로 평생을 보낸 김 부장은 아들에게도 안정적인 대기업의 입사를 권유한다. 김 부장: "대기업 들어가서 조직에 충성해라. 그게 너를 보호해주는 울타리야. 아빠처럼 묵묵 히 버티면 결국 서울에 집도 사고 성공하는 거야."
아들: "아빠는 조직에 충성했지만, 지금 조직은 아빠를 소모품처럼 버렸잖아요. 저는 조직의 부속품이 아니라 저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을 하고 싶어요. 명문대를 나오지 않아 도, 대기업을 가지 않아도 제가 고민하고 노력했던 '성장의 과정'을 대학과 사회가 인정해주는시대가 오고 있어요. 전 아빠처럼 불안해하며 살지 않을 거예요."


■ ‘스펙’의 유효기간은 끝났다, 이제는 ‘핵개인’의 시대
통계청 및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을 기준으로 향후 10년은 생산가능인구보다 학령인 구가 더 빠르게 사라진다. 2024년 기준 약 40만 명에 달하는 고교 졸업생 수는 앞으로 10년 내 25만 명대 정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즉, 앞으로 10년 내에 대입 정원 대비 학생 수가 5만명 이상 부족하여 수도권 대학 전체 정원과 지방 거점 국립대조차 정원을 채우지 못 하는 상황이 올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반면에 긍정적인 측면은 현재의 학급당 학생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어 거의 절반 가까이 감소 하기에 학생 개인에게 맞춤형 학습이 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으며, 입시경쟁 또한 줄어든다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런 인구소멸의 시대에 줄세움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 과거의 교육은 남보다 앞서기 위한 ‘줄세움’에 매몰되었다. 아니 지금도 수능만 점자와 서울대(지금은 메디컬 계열이 더 인기지만) 합격은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한 끈기와 공부방법 등을 언론에서 집중조명하며 인터뷰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지식의 습득과 단순 정답을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맞추는 시대 에,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얻은 점수는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할 것이다. 대학입시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방식도 '어느 대학 출신인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역량)'를 먼저 볼 것이다. 얼마 전 국회에서 통과된 채용차별금지법과 정부의 창업진흥정책은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개인으로서 고유한 정체성을 가지고 사회에서 역량을 발휘하려면 학생시절부터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뜻물음’과 자신의 배움을 타인과 나누며 소통하는 ‘뜻나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 신만의 방식으로 산출물로 증명하는 ‘뜻해냄’ 이 필요하다.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의 저자 인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는 지금의 시대는 고령화와 지능 화로 인공지능의 조력을 통해 조직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나를 재설계 하는 능력이 중요한 사회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 ‘배움성장궤적 인증제’: 입시의 문법을 바꾸자!
핵개인의 시대에 지금의 교육제도는 그 유효기간이 다해가고 있다. 대학도 입학생들이 ‘어려 운 과제지만 인내하며 버티는 힘(지속성)’, ‘다른 학생과 소통하며 협업하는 능력’,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갖춘 인재를 뽑으려고 입시제도를 바꾸려고 한다.
그렇다면 입시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될까? 현재의 교육문법을 바꾸는 것은 교과 칸막이를 허 물고, 학생이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깊게 파고드는 ‘주제학점제(융합·탐구 모듈)’를 통해 학생 을 배움의 주체인 ‘배움의 주체’로 바로 세우는 것이다. 학생에게 ”점수 몇 점이야?“를 묻는 것은 피드백과 성찰이 삭제된 상태애서 점수 결과만을 보고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다.
대신에 ”무엇이 어려웠어?“, ”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고 어떻게 고쳐서 시도했어?“라고 바꾼다면 어떨까?
공정성과 변별력의 논란은 미리 국가나 시도교육청 차원 공통 루브릭(평가기준)과 표집과 복수의 채점과 조정 과정보장, 그리고 학생의 배움성장궤적을 판단할 수 있는 배움포트폴리오와

교사의 평정서가 제공된다면, 대학은 이를 신뢰할 수 있는 선별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결국 고부담 시험인 수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교실에서 배움의 시간을 자신이 직접 질문을 던지고 질문에 합당한 탐구과정을 친구들과 나누며, 탐구의 결과를 공유하는 성장의 시간으로 되돌릴 것이다. 단 한 번의 시험 점수가 아니라, 고등학교 3년 동안 자신이 고민하 고 발표한 수행과제, 프로젝트의 과정 중에 비록 초반에는 실패했지만 선생님의 피드백과 조 언을 통해 포기하지 않고 다시 질문하고 파고들어 성취하는 경험 등을 학교에서 하나씩 쌓아 간다면 학교가 참배움의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학생 개개인의 ‘성장궤적’은 학생 의 실제 학업 및 문제해결역량을 증명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 마치며: ‘김 부장’의 불안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면
김 부장의 불안은 그가 삶의 목적과 가치를 ‘남의 기준’에 두었기 때문에 발생했다. 핵개인의 시대,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사회가 세운 기준보다, 어떤 변화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나를 세우는 힘’이다.
오지선다형 정기고사를 대폭 감소하고 토론과 글쓰기, 말하기와 만들기 중심의 수행평가, 과 정평가 체제로 변화시키자. 처음의 실패를 동료와 선생님의 피드백과 도움을 받아 다시 도전 하게 만드는 과정 중심의 성취평가를 전격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같은 문제를 정해진 시간안에 정답을 많이 맞춰 줄세우는 입시의 문법을 버리고, 아이들이 각자의 독특한 배움 궤적을 그리며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배움의 궤적이 존 중받는 사회에서만, 우리 아이들은 비로소 스스로의 삶을 항해하는 진정한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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