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은영 Sep 05. 2024

착한데 욕심이 많은 사람

나는 욕심이 많지만,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이 모순된 마음이 내 안에서 끊임없이 충돌하며 나를 흔들어 놓는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욕망을 지니고 있다. 더 나은 삶을 꿈꾸고, 더 많은 것을 손에 넣고 싶어 하는 욕심은 인간 본성의 일부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지닌다. 욕망과 배려라는 두 마음이 공존할 때, 우리는 어느 한쪽도 쉽게 포기할 수 없고, 깊은 갈등 속에 빠진다. 욕망을 충족시키고 싶지만, 그로 인해 타인이 받을 상처가 두렵다.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주저하게 되고, 결정을 내린 후에는 후회와 자책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승진의 기회를 맞이할 때를 생각해 보자. 승진은 단순히 더 높은 직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증명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반영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 승진이 동료들의 기회를 빼앗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동료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자신이 그들의 기회를 앗아가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불안감은 단순한 걱정이 아니라, 사람들을 괴롭히며 결정을 망설이게 만든다. 선택을 하고 나서도, 종종 그 선택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가야 한다. 이는 개인적 성취와 동료와의 조화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면서 생기는 갈등이다.


짝사랑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을 친구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마음이 얼마나 복잡해질지 생각해 보라. 자신의 감정은 진실하지만, 친구의 감정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친구와의 관계가 어색해질까 봐 감정을 억누르려 할 때, 욕망과 배려가 충돌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때로는 설레고 아름답지만, 그것이 소중한 관계를 위협할 때 우리는 갈등에 빠진다. 이 경우에도, 감정과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고민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단순하지 않은 존재다. 아침에는 친절한 미소로 사람을 맞이하지만, 저녁에는 깊은 질투에 잠 못 들 수도 있다. 오늘은 나를 현명한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내일은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우리의 모습은 매 순간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타인의 복잡한 면을 받아들이기보다 단편적으로 판단해 버린다. 이런 태도는 서로를 이해하는 길을 막고, 깊은 갈등과 오해를 낳는다.


때로는 인간관계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모든 것이 지겹게 느껴질 때도 있다. 우리는 서로를 비난하고, 재단하며, 그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끼기도 한다. 각자 복잡한 내면을 지니고 있음에도, 타인의 복잡성을 인정하지 않고 쉽게 평가해 버린다. 이런 단순한 평가로 인해 갈등은 깊어지고, 인간관계에 대한 불신은 커져간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 욕망과 배려가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는 타협과 조정의 예술이다. 사람들은 종종 승진을 원하면서도 동료들의 발전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자신이 속한 팀 전체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자신의 욕망과 팀의 성공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사람들은 또한, 친구와의 관계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선택에 대해 책임질 준비를 해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와 괴로움은 뒤따를 수 있다. 그러나 그 후회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완벽한 해답은 없을지라도, 우리는 우리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충실하며 살아가야 한다.


욕심이 많으면서도 착한 사람은 인간 본연의 복잡성을 가장 잘 드러낸다. 우리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고,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런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판단한다면,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복잡성을 이해하고,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지키며 살아갈 때, 우리는 욕망과 착함이 공존할 수 있는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다. 그때 우리는 자신과 타인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서로의 복잡함을 품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욕망과 착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은 삶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코펜하겐, 나를 부르는 도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