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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영 Oct 24. 2024

일주일의 온기

오랜 시간 불안과 우울 속에 머물다 보면, 그 감정이 내 마음의 기본값이 되어버린다. 기쁜 일이 찾아와도, 잠깐의 행복이 스쳐 지나가도, 다시 익숙한 자리로 돌아가는 나를 본다. 그래서 행복이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을 하는 걸까. 작은 기쁨이 자주 찾아온다면, 그것이 내 새로운 기본값이 될 수 있을까.


요즘은 마치 일주일 후에 떠날 사람처럼 일주일씩만 살아간다. 하루는 너무 짧아 무엇을 이루기엔 부족하고, 한 달은 너무 멀어 닿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저 일주일이라는 시간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매 순간에 집중하려 한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더 이상 미워할 것도, 미련을 가질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일을 마칠 때면 종종 아쉬움이 따라온다. 최선을 다했다고 믿으면서도, 더 잘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모든 상황에 완벽한 답을 줄 수 없다는 현실이 때로는 나를 무겁게 한다. 그럼에도 나는 스스로에게 지나친 책임을 지우고, 더 나아지길 계속해서 요구한다. 그러면서도 다시 다짐한다.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을.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 사랑하고, 나누고, 함께하는 일. 인생은 짧다. 그 끝을 알기에 진정 중요한 것들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자.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순간들을 더 자주 만들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이 웃으며, 더 많이 이야기하고, 그들의 손을 자주 잡아보자. 그 작은 순간들이 쌓여 나의 행복을 채울 것이다.


후회는 잠시만 머물게 하자. 아주 짧게만. 모든 것은 결국 지나간다. 과거에 붙잡히지 말고, 그 자리에서 멈추지 말고,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자.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한 걸음 더. 지금의 나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미 알고 있어도 자꾸 잊어버리게 되는, 그래서 매일 밤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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