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백문백답

질문 13. 현재 당신의 일과를 바탕으로 보면,

5년 후 당신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 것 같나요?

by 최은영

글쎄.


몇 날 며칠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내가 꿈꾸는 5년 후를 그려보려 해도, “현재 나의 일과를 바탕으로 보면”이라는 전제가 걸린다. 지금의 하루들이 쌓이면 5년 후 나는 어떤 모습일까?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아니면 그대로일까? 그건 좀 곤란한데. 지금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그래서 더 많이 행동해야겠다고 다짐해 보지만, 의지가 늘 원하는 만큼 따라주지는 않는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길을 틀어놓기도 한다. 그래서 5년 후의 내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다섯 해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많은 것이 변할 수도, 그대로일 수도 있다. 나는 변화를 바라지만, 동시에 변화가 주는 불확실성이 두렵다. 하지만 이렇게 5년 후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순간, 이미 변화는 시작된 것 아닐까? 변화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이런 작은 상상과 의식적인 바람 속에서 싹트는 것이니까.


그래도 위로가 되는 사실 하나. 설령 5년 후에도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를 살고 있더라도, 나는 변해 있을 것이다. 더 깊어진 글로 많은 독자와 소통하고 있을 수도 있고, 치과의사로서 더욱 숙련되어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다. 관계가 단단해지고, 삶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을지도. 어쩌면 예상치 못한 기회가 찾아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을 수도 있다.


오늘의 내 하루 일과를 보고 5년 후를 예측하는 건 도무지 알 수 없다. 정말 모르겠다. 5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오늘의 선택뿐이다. 그 선택들이 모여 5년 후의 나를 만들어 가겠지. 그때의 내가 오늘의 내가 쓴 글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질문 12. 최근에 배운 교훈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