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Quilter - Come Away, Death
안녕하세요.
클큐 두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 큐레이션은, 마치 비극적인 스토리의 뮤지컬 속 넘버 같은 영미 가곡, Come Away, Death 입니다.
이 곡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십이야(Twelfth Night) 속 등장인물 페스테의 시,독백에 곡을 붙인 작품이에요.
사랑에 거절당한 인물이 자신의 죽음을 노래하는 장면입니다.
죽음을 주제로 하지만, 노래의 어조는 격정적이기보다는 절제된 비애와 체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희극의 맥락 속에 배치되어 있지만, 이 노래는 오히려 애절하고 진지하여, 극 속에서 아이러니한 대비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이 시에 가장 섬세한 감정선을 덧입힌 버전은,
바로 영국 작곡가 로저 퀼터(Roger Quilter)의 작품입니다.
이 시대는 드라마도 영화도 없었으니 지금으로 치면 ost의 개념이 되겠네요.
영국과 미국에서 굉장히 사랑 받는 작곡가죠.
감성적인 선율과 섬세한 화성으로 셰익스피어의 시어를 더욱 깊고 아름답게 펼쳐냈습니다.
들어보면 알 수 있듯, 단순한듯 풍부한 반주와 정제된 멜로디는 확실히 귀를 사로잡습니다.
로저 퀼터는 영국의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로, 특히 영국 예술가곡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의 음악은 대체로 대규모 교향곡이나 오페라보다는, 친밀하고 서정적인 성악곡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퀼터의 가곡은 섬세한 선율, 언어의 리듬에 대한 세심한 감각, 그리고 곡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단순하고도 직관적인 화성이 특징이에요.
그는 동시대 작곡가들처럼 화려한 기교나 실험적 사운드를 추구하지 않고,
시의 정서를 곡 안에서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텍스트를 다룬 곡들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Come Away, Death〉도 그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셰익스피어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영국 르네상스 문학의 거장으로, 희곡과 시를 통해 전 세계 문학사에 지대한 영향을 남겼습니다.
그의 작품은 인간 내면의 욕망, 사랑, 죽음, 질투와 같은 보편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 언어적 아름다움과 상징성으로 시대를 넘어 읽히고 있습니다.
퀼터는 셰익스피어의 시를 곡으로 옮기면서, 그 비극적 정서를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선율로 표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시적 언어와 퀼터의 서정적 음악성이 만난 걸작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Twelfth Night]는 사랑과 정체성, 오해와 희극이 교차하는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입니다.
주인공 비올라는 쌍둥이 오빠와 헤어진 뒤, ‘세사리오’라는 이름으로 남장을 하고 오르시노 공작을 섬기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오르시노를 사랑하게 되고, 오르시노는 또 다른 여성 올리비아를 짝사랑하죠.
반면, 올리비아는 비올라(세사리오)를 남성으로 오해한 채 사랑하게 되고요.
이렇듯 이야기 전반에 복잡한 삼각관계와 감정의 착오가 얽혀 있는 가운데, 광대 페스테는 때로는 유쾌한 농담을 던지다가도, 삶의 아이러니와 덧없음을 뚫어보는 철학자의 면모를 드러냅니다.
그는 2막 4장에서 공작의 궁정에서 연주를 부탁받고 이 노래를 부르게 되죠.
광대답게 사랑에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조롱하듯, 그러나 동시에 그 아픔에 공감하며 어루만지듯 말입니다.
극중 페스테의 역할
페스테는 희극적인 캐릭터이지만, 극 중에서 종종 삶과 사랑의 덧없음, 인간 감정의 아이러니를 드러내는 역할을 맡아요
‘Come Away, Death’는 극 중 2막 4장에서 등장하는데, 오르시노 공작의 궁전에서 연주를 부탁받은 페스테가 부르는 노래입니다.
공작은 사랑의 아픔에 젖어 있고, 페스테는 그 사랑의 비극을우화처럼 담아낸 이 노래를 통해, 사랑에 ‘죽음’까지도 불러오는 깊은 감정을 조롱하면서도 애틋하게 표현해요.
페스테가 광대이다 보니 겉으로는 가벼운 노래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사랑에 상처받고 버림받은 이의 깊은 비애를 담고 있어요.
페스테는 광대이기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이 노래를 통해 사랑에 희생된 자의 체념과 고독, 받아들임을 읊조리듯 전하죠.
즉, 단순히 웃음을 주는 광대가 아니라, 극 전체를 조용히 관찰하고 있는 철학자 같은 인물, 또는 독자의 시선을 대변하는인물로서 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볼 수 있죠.
- 첫 소절의 분위기부터 무언가 툭 떨어지는 느낌을 주듯 마음을 가라앉히며 시작합니다. 그렇듯 곡의 가창에 있어 감정 표현에 신경을 정말 많이 써야 합니다.
- 극의 전체적인 상황과 그에 따른 정서를 관통하는 노래이니만큼 이를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 곡 전체에 걸쳐 절제되었지만 비극적인 감정과 부드러운 반주의 흐름이 지속됩니다.
- 이 곡의 화자는 체념이 아니라 수용에 가까운 정서로 부르는 듯한 느낌입니다.
- 반주부가 단순하지만 그 여백이 오히려 목소리로 전하는 가사의 힘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어 줍니다.
- 곡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그 여백은 오히려 목소리로 전달되는 감정의 깊이를 돋보이게 하죠.
가창자는 이 여백 속에서 절제된 감정, 고요한 슬픔, 그리고 체념을 담아내야 합니다.
이번 곡은 테너 김재형 님의 목소리로 감상해보시길 추천드려요.
죽음을 다루는 시이니 만큼 무게감 있으면서 날카로운 음색, 그리고 섬세한 표현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의 고급스러우면서 따듯하며 날카로운 음색과, 섬세한 감정 표현이 죽음을 다룬 이 곡의 메세지를 을 정말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여느 외국 가창자들과 비교했을때 훌룡한 곡 해석과 음색이 그의 가창으로 노래가 한층 더 돋보일수 있도록 보여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Pi26guFjOI
Come away, come away, death
And in sad cypress let me be laid.
Fly away, fly away, breath
I am slain by a fair cruel maid.
오라, 죽음이여, 오라
슬픈 사이프러스 관에 나를 눕혀다오.
날아가라, 내 숨결이여
나는 아름답지만 아주 잔인한 여인에게 죽임을 당했도다.
비극적인 서사와 아름다운 선율이 돋보이는 Come Away, Death.
옛 서양 작품들 속 주인공들은 항상 극단적으로 사랑때문에 목숨을 바치곤 하는데,
그만큼 사랑앞에 누구보다 순수했다는 거겠죠?
동양의 사랑은 ‘지켜내는 스탠스'라면, 서양의 사랑은 '내 모든 걸 걸고 뛰어드는'
말 그대로 숨참고 러브다이브의 스탠스인 차이점이 흥미로운 것 같아요
때문에 동양의 사랑 작품은 해피엔딩이 많다면, 서양은 항상 사랑땜에 누구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아니 사실 모두 죽어야 끝나는) 비극적인 엔딩이 많은 것 또한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 같습니다.
근데 아무리 사랑이 좋다 한들
이런 교훈(?)을 되새겨보며 오늘 클큐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당신을 위한 클래식 큐레이션 클큐였습니다.
다음 시간에 만나요_!
* 클큐(Classic Curation)’는 클래식 전공자의 시선으로 풀어낸 주관적인 큐레이션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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