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Hahn - A Chloris
안녕하세요.
당신을 위한 클래식 큐레이션, 클큐입니다.
오늘의 큐레이션은_!
프랑스 벨 에포크 시대의 로맨티시스트, 레날도 안(R.Hahn)의 대표 가곡,
A Chloris(클로리스에게) 입니다.
À Chloris는 레날도 안이 1916년에 작곡한 프랑스 가곡입니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클로리스에게’ 라는 제목인데,
제목처럼 한 여성에게 바치는 헌사의 형태를 띠고 있어요.
시인은 17세기 프랑스의 바로크 시인 테오필 드 비오(Théophile de Viau)이며,
그의 고전적인 언어의 표현을 20세기 작곡가 안이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풀어냈습니다.
이 곡이 만들어진 시기는 프랑스의 벨 에포크(Belle Époque) 즉 ‘아름다운 시대’로 불리던 시기였어요.
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의 유럽,
특히 프랑스는 기술과 예술, 패션, 문학 등 모든 문화가 꽃피던 황금기였죠.
화려하지만 세련된 낭만, 그 속에서 태어난 이 곡은 그 시대의 감수성과 우아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작곡: Reynaldo Hahn (1874–1947)
작시: Théophile de Viau (1590–1626)
작곡 연도: 1916년
언어: 프랑스어
장르: Mélodie (프랑스 가곡)
레날도 안은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적 프랑스로 이주해
파리 음악원에서 마스네에게 작곡을 배우며 일찍부터 재능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는 작곡가이자 비평가, 지휘자, 성악가로도 활동하며 프랑스 멜로디의 대가로 손꼽히는 인물이에요.
클래식 음악계에서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의 음악은 늘 ‘섬세하고 우아하며, 프랑스적인 감성’을 품고 있죠.
그래서 프랑스 자국민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는 작곡가 입니다.
특히 이 곡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시대를 초월한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곡이며
그가 얼마나 섬세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지 말해줍니다.
요즘 시대의 말로 에겐남이라고 하죠?
이 곡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바로크 스타일의 반주예요.
바흐의 평균율을 연상시키는 계속 저음 위에, 마치 사랑을 고백하듯 부드럽고 유려하게 흐르는 선율이
대비되어 특별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냅니다.
들어보시면 아르페지오 형식의 반주가 곡의 전반의 걸쳐 간헐적으로
그러나 일관된 흐름으로 반복되며 이 부분이 정말 곡의 무드를 특별하게 만들어 줘요.
개인적으로 시만 읽으면 조금 오글 거릴수도 있는데 작곡을 너무 잘 해놔서
아예 다른 무드의 곡으로 환골탈태한 느낌이에요.
그 정도로 이 곡의 작곡이 정말 예술입니다.
무엇보다 반주와 노래의 여백이 참으로 인상적이에요.
반주자와 가창자가 이 여백을 얼마나 잘 다루고 있는지 들어보시면
더 재미있는 감상 포인트가 되실거에요!
감정을 과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서도,
한 음 한 음에서 느껴지는 절절함이 오히려 더 울림있는 고백으로 다가옵니다.
수잔 그레이엄은 미국 출신의 메조소프라노로,섬세하면서도 품격 있는 해석으로 사랑받는 아티스트예요.
특히 프랑스 가곡과 오페라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활동해왔으며,
‘프랑스 멜로디의 대사(大使)’라고 불릴 정도로 그 감성과 발음, 뉘앙스 모두 탁월합니다.
그녀의 연주를 함께 감상해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mZfOpVe4ib8
“S’il est vrai, Chloris, que tu m’aimes,
Je ne crois point que les rois mêmes
Aient un bonheur pareil au mien.”
"클로리스, 정말로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그 어떤 왕도 나만큼 행복하지는 않을 거예요."
참 직관적이고도 낭만적인 고백이죠?
당시 프랑스 왕의 권력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어요.
세상 모든 것을 손에 넣은 사람으로 불리는 게 과언이 아닌 수준인데,
당신만 날 사랑해준다면 어떤 왕도 나보다 행복하진 않을거라는 이 고백의 무게는
당시 할 수 있는 모든 고백 중 최고의 표현이었을 거에요.
이 곡은 들을 때마다 "여백의 힘"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합니다.
짧은 곡이지만, 그 안에는 수백 줄의 감정과 말을 압축시켜 놓은듯 직관적이고 깊은 감정을 담고 있어요.
그리고 연주자들은 이 여백의 힘을 지켜나갈 의무가 있어요.
이 곡을 연주할 땐 본인을 드러내고 싶은 욕심은 잠시 접어두고,
곡의 여백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이란 감정은 지금이나 먼 과거나 별 반 다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강해지니까.
그래서 이렇게 머나먼 과거의 곡이 지금 우리에게도 전달되고
또 이 곡을 통해 지금의 나와 먼 과거의 당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낄때면,
클래식의 가치와 매력이 더욱 확실히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게 클래식 음악의 매력이겠죠?
비록 대혐오의 시대라고 불리는 지금이지만 우린 언제든 사랑의 이름으로 하나될 수 있음을 믿습니다.
오늘도 저의 큐레이션이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이 되었길 바라며,
그럼 우린 다음 [클큐]에서 또 만나요.
당신만을 위한 클래식 큐레이션, 클큐였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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