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Quilter - Music, when soft voices die
안녕하세요.
당신을 위한 클래식 큐레이션, 클큐입니다.
오늘의 클큐는 로저퀼터 작곡, 퍼시 셸리 작시의 Music, when soft voices die 입니다.
“Music, when soft voices die”는 로저 퀼터가 1927년에 발표한 영국 예술가곡입니다.
시인의 섬세한 언어와 작곡가의 서정적 감성이 맞물려,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곡이에요.
이 곡은 퀼터 특유의 유려한 선율, 단순하지만 울림 있는 화성 진행으로
성악가들에게 사랑받는 레퍼토리 중 하나로 자리잡았죠.
이 가곡의 가사는 낭만주의 시인 퍼시 비시 셸리의 동명의 시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셸리는 낭만주의 시인 중에서도 인간의 감정, 시간의 흐름, 죽음과 기억이라는
주제를 예민하게 다루던 인물인데요,
이 시 역시 ‘사랑하는 이가 사라진 후에도 남아있는 감각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사라져도, 음악은 살아있다”는 첫 문장에서부터, 우리는 상실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흔적과 감각을 마주하게 되죠.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시이기도 해요.
퍼시 셸리는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 시인입니다.
낭만주의는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유럽 문학, 음악, 예술, 철학에 큰 영향을 미친 사조로,
기존의 이성과 질서를 중시하던 고전주의(Classicism)에 대한 반발로 등장했어요.
감정 중심) 이성보다 개인의 감정과 직관을 중시함.
자연에 대한 경외)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위안과 통찰의 대상.
초월적 세계 동경) 현실을 벗어난 꿈, 죽음, 이상향을 추구.
고독과 죽음의 사색) 삶의 덧없음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성찰.
자유와 저항의식)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억압에 대한 비판.
그의 시 〈Music, when soft voices die〉는 낭만주의 시인답게
사랑하는 존재가 사라진 뒤에도 감각이 어떻게 잔존하는지를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1연:
Music, when soft voices die, / Vibrates in the memory.
부드러운 목소리가 사라져도, 음악은 기억 속에서 울린다.
이 구절은 소멸이 곧 끝이 아니라는 선언처럼 들립니다.
끝이 아닐 수 있는건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사라져도,
그 목소리는 음악처럼 우리의 기억 속에 계속해서 ‘진동’하고 있다는 것.
여기서 ‘vibrate’는 단순한 잔향이 아니라, 몸과 감정에 스며드는 물리적 진동,
사랑하는 사람을 온전히 느끼고 있다고 봐도 되겠죠.
2연:
Rose leaves, when the rose is dead, / Are heap’d for the beloved’s bed;
And so thy thoughts, when thou art gone, / Love itself shall slumber on.
장미가 죽어도 그 잎은 남아 연인의 침상을 채운다는 이미지,
그리고 그 사람의 생각이 사라지지 않고 ‘사랑 자체 속에서 잠든다’는 표현은
삶과 죽음, 감각과 기억이 서로 맞닿아 있는 연속성을 띈 은유입니다.
셸리는 이 시를 통해 인간의 감각이 얼마나 감성적이고 섬세한지 얘기하는듯 합니다.
목소리, 향기, 촉감 같은 감각은 결국 사라지지 않고 기억 속에 남아, 그리움의 질감을 생생히 구성하게 되는 거죠.
come away death때 다뤘던 작곡가죠.
퀼터는 본래 귀족 가문 출신으로, 학문보다는 예술에 깊은 애정을 지녔던 인물입니다.
그는 전통적인 형식보다는 감성적인 선율과 정제된 서정미를 즐겼으며,
특히 시에 음악을 입히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죠.
친구이자 동료 음악가였던 레이놀즈의 죽음 이후,
그를 기리며 작곡한 가곡들 중 하나가 바로 이 곡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인지 이 곡은 단순한 추억의 노래가 아니라, 애도와 헌정의 마음이 담긴 음악처럼 느껴집니다.
- 이 곡은 짧은 시에 맞춰 약 1분 30초에서 2분 남짓한 길이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음악적 밀도는 매우 높습니다.
- 곡의 진가는 절제된 슬픔과 섬세한 감정의 여운에 있습니다.
4줄로 구성된 시에 담긴 정서를 극도로 절제된 멜로디와 반주로 풀어냈어요.
- 첫 음절 “Music”이 등장할 때부터 퀼터는 단조로운 음계 대신 미묘한 음정 변화를 줍니다.
마치 속삭이는 듯 시작하는 선율은, 이후 점차 확장되며 감정의 깊이를 더하죠.
- 반주는 대부분 단순한 화음과 리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오히려 목소리의 울림과 떨림을 더욱 부각시키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 “when thou art gone”에서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선율은, 감정의 고조를 암시하지만 곧이어
“Love itself shall slumber on.”에서 잔잔하게 정리되며 감정의 흐름을 가라앉힙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마치 눈물을 삼키며 마무리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xG4w97c9NE
Music, when soft voices die, Vibrates in the memory
“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져도, 음악은 여전히 기억 속에 울려 퍼집니다”
Rose leaves, when the rose is dead, Are heaped for the beloved's bed
“장미가 시들어도, 그 잎은 사랑하는 이의 침대에 쌓여 남습니다”
And so thy thoughts, when thou art gone, Love itself shall slumber on.
“당신이 떠난 뒤에 드는 당신의 생각도 온전한 사랑 속에서 조용히 잠들 것입니다.”
사랑하는 대상이 떠난 뒤에도, 여전히 그 대상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감정.
애도란 떠난 이를 애써 잊으려 애쓰기보다,
그와 나눈 추억들을 천천히 되새기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이 떠났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건 아니니까요.
그 대상이 남긴 냄새, 목소리, 말투, 그리고 함께 들었던 음악.
그 모든 감각은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고이 남아 여전히 우리 곁에서 숨 쉬고 있음을 문득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별이란 완전한 끝이 아니라 더 깊이 새겨지는 기억.
그리고 그 기억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의 또 다른 이름 아닐까요.
그럼 우린 다음 [클큐]에서 또 만나요.
지금까지 당신만을 위한 클래식 큐레이션, 클큐였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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