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가스라이팅
(건강이슈로 지난주 올리지 못하여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원룸 계약 때 들은 소리가 '혼자 외롭겠다'였다.
아니. 전혀 아니었다.
가족과 함께 살아도 불편하고 떠도는 느낌이었으며,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 그게 편했기 때문에 너무나도 좋았다.
자취는 처음이라 정신이 없던 와중에도, 엄마에게 집을 알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가 일찍 마치는 수요일에 퇴근 후 배차 간격이 긴 버스를 기다려, 편도 4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본가에 도착하였다.
지도상 거리는 가까우나, 퇴근 시간과 배차 간격과 노선이 문제였다. 한 번 다녀오면 녹초가 되었다. 엄마는 이것도 나의 노력이었단 것을 아직도 모를 것이다.
독립한 후 익숙했던 집이 낯선 본가처럼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엄마는 저녁을 만들며 안부를 물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또 동생 얘기가 나왔다.
처음은, 별로 알고 싶지 않지만 의례적으로 '동생과 잘 지내는지' 물어봤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늘 그렇듯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나는 또 똑같이 잔소리를 하였다.
"그걸 왜 다 받아주고 있어? 혼자 알아서 하라고 하고 집안일도 안 하는데 밥 다 차려서 갖다 주지 마."라고 하면 엄마는 언제나처럼 말만 "이번엔 진짜 그래야겠다."라고 하였다.
그렇게 매주 수요일은 당연하게 같이 저녁을 먹는 게 되었고, 거실에서 밥을 먹다 보면 보고 싶지 않은 동생이 퇴근하여 들어와서 얼굴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엄마는 변하는 게 없었다.
또 내 탓을 하기 시작하였다.
"언제 적 일 가지고 아직까지도 그럴래?"
"너 때문에 가족끼리 이게 뭐니."
"너만 이해하고 넘어가면 되는 일을."
"쟤도 눈치 보고 있어."
"전에 잘 지냈었잖아. 네가 누나니까 조금만 이해해 줘."
등의 지겨운 레퍼토리
친한 친구가 말해준 덕에 명쾌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던 것이, '너네 어머니가 네가 잘 못 했다고 가스라이팅한다'였다.
이전에는 그 단어가 없었기에 답답해도 설명할 길이 없었고, 알게 되었어도 내가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명백한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