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 수요일] 그대의 것

스승님, 저는 아니겠지요? (마태 26,25)

by 어엿봄

그대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만은 아니길

이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나만은 아니길

그렇게 숨어버리고 싶었던 오늘


감당하지 못할 일들이 나에게 쏟아지지 않기를

사람들의 질책이 나에게 쏟아지지 않기를

그렇게 숨어버리고 싶었던 오늘


유다의 얼굴을 하고 친절한 미소로 무장하며

마음의 깊은 불안에 실은 휘청거리며

그대와 함께 있어도 곁을 두지 않았던 오늘


끝내 흘린 눈물 한 방울이 가슴을 치고

아픔은 커져가는 이 밤에 그대 앞에 다시금 엎드리오니

나의 가난함과 약함이 모두 그대의 것이오이다.

그대를 아프게 할 것이 나만은 아니길 바랐던

아니 사실 나만은 상처받지 않기를 바랐던

나의 속됨과 비겁함도 모두 그대의 것이오이다.

이 죄를 취하러 오시는 그대의 모든 것이 나에게 주어지리니

나는 진정 복된 그대의 것이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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