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만찬 성목요일] 점의 역사

주님, 주님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요한 13,6)

by 어엿봄

당신이 떠나온 아버지에게 돌아가기까지

끝까지 사랑하기 위하여 선택한 것은

나의 발


당신이 죽음을 건너 생명을 얻기까지

다 쏟아 사랑하기 위하여 선택한 것은

나의 삶


당신이 내게 주려는 그 모든 것 받기까지

깊은 사랑에 잠기기 위해 선택한 것은

당신께 내어 놓는 내 발이 걸어온 온 생애


내 역사의 작은 점들이 긴 선을 이루기까지

그 작은 호흡마저 당신이 귀히 여기고 매만지니

당신 앞에 내어 놓는 내 생애는 온전히 당신의 것


미처 알아채지 못한 결정적인 때에 다다르기까지

죽음과 부활로 넘어가는 그 작은 점 하나 하나 있으니

어느 한순간도 버릴 것 없는 내 역사의 모든 것


그 모든 것을 씻기고 품을 당신의 마지막 사랑

나의 발과 나의 삶과 나의 사랑

나의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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