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님은 이사님께 연락해 보겠다며
핸드폰을 들고나갔고
나와 남은 직원들은 싱숭생숭한 마음을 뒤로한 채
업무를 보려고 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
온 사무실에 빗발치듯 전화가 쏟아졌다.
왜 때문인지 더욱 크게 들리는 벨소리에
닭살이 돋았다.
전화 내용들은 역시나..
며칠 전과 동일한 투자금 회수 전화였다.
어떻게 하루가 지나갔는지 모르게
또 정신없이 하루가 지났다.
그렇게 걱정과 고민 속에서 며칠이 흘러갔다.
회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누구에게도
섣불리 말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출근하기 싫은 마음을 가득 품고
터덜터덜 회사에 도착했다.
'오늘도 전화 오면 어쩌지..?'
'기사들이 진짜면 어쩌지..?'
회사 엘리베이터 안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 앞에 도착했더니
왠 낯선 남자 두 분이 문 앞에 서있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두 사람은 걸어오는 나를 동시에 쳐다봤다.
"아 혹시 여기 직원이세요?"
"네 무슨 일이세요?"
"저 여기 O이사님, O대표님 연락되세요?"
"네?? 잠시만요"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듯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아직 다들 출근 전이신 것 같은데.. 약속 잡으셨어요?"
"..."
"어떤 일 때문에 그러실까요? 오셨다고 전달해 드릴게요"
그때 저기 한쪽 구석 옆에
여러 개의 상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뭐지?'
뉴스에서만 보던 파란색 상자들이 내 눈앞에 있었다.
'검찰..?'
얇은 잠바를 걸친 남자분이 목에 걸려있는
명찰을 빼 보여주며 말했다.
"저희 OO지방 검찰에서 나온 OOO수사관입니다."
그렇게 반갑지 않은 손님이 내게 찾아왔다.
"무슨 일이야?"
"어.. 과장님.."
그때 마침 과장님과 직원 몇 명이 출근했다.
"검찰에서 압수수색 나왔습니다. 일단 여기랑 아래층 사무실 전부 열어주시겠어요?"
"네? 검찰이요? 아니 저희 뭐 전달받은 내용이 없는데..?"
검찰에서 나온 두 사람은 뉴스에서 본 것처럼 강압적으로 들이밀진 않았지만
너무도 무뚝뚝하고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O대표님 연락 취했는데 계속 연락이 안 되시더라고요"
"일단 영장 발부됐기 때문에 진행하겠습니다."
그들은 압수수색 발부 영장인 종이 한 장을 보여주며 문을 열어달라고 했고
우리는 사무실 문을 열었다.
"여기가 직원분들 사무실이고 대표님 방은 어디죠? 아래층은 무슨 사무실인가요?"
질문이 쏟아졌다.
일단 과장님이 응대를 했고 우리는 다급하게
실장님과 이사님께 전화를 했다.
수차례 울린 통화연결음 끝에
이사님이 전화를 받았다.
"이사님 여기 지금 검찰에서 압수수색 하신다고 나오셨는데.."
"어 나 지금 가고 있으니까 일단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어"
기다리라는 말만 남긴 채
통화는 짧고 굵게 끝났다.
"지금부터 아무것도 만지시면 안 되고 컴퓨터 잠금 다 풀고
이쪽 회의실로 다 같이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그의 말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가방만 책상에 올려둔 채 회의실에 모여 앉았다.
회의실 책상 앞에 둥글게 모여 앉은 우리에게
'진술서'라고 적힌 종이 한 장씩을 나눠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