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Z세대의 대표 키워드 MBTI, 김환기의 MBTI를 추측한다.
성격 유형 검사 중 한 분야인 MBTI, 일상생활 속에서 쉽고 편리하게 검사하여 자신의 성격을 간편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혈액형별로 성격을 판단하던 것에서 16종으로 다각화된 MBTI는 MZ세대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1] 이번 브런치에서는 MBTI 과몰입러인 에디터가 우리나라 1대 화가 중, 국내 미술품 최고가를 경신하고 한국적 추상화를 지향한 김환기 작가의 MBTI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MBTI 검사는 인식 기능을 먼저 파악합니다. 인식은 감각형인 S(S : Sensing)와 직관(N : iNtuition)으로 구분하여 사물, 사건, 생각 등을 인식할 때 나타나는 차이점으로 구별한다고 해요. 또한 판단과정은 사고(T : Thinking)와 감정(F : Feeling)을 구분하여 우리가 인식한 바에 의해 결론을 이끌어 내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후에 기능을 사용할 때 외향(E)과 내향(I) 및 판단(J)과 인식(P)으로 구분하여 심리적으로 흐르는 에너지의 방향 및 생활 양식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민족정서를 구현한 수화 김환기의 MBTI는 무엇일까요? 김환기 작가가 직접 작성하고 상념을 담은 일기와 메모들을 묶어 환기미술관에서 에세이를 출간했습니다. 이번 램프에서는 김환기 에세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통해 김환기의 MBTI를 추측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김환기 화백은 외향적인 타입보다는 내향적인 인물로 생각됩니다. I는 속칭 ‘사람을 만나면 기가 빨린다.’라는 문장으로 정리되는데요.
‘사실은 제작 시간보다 나가서 노는 시간이 몇 갑절 더 된다. 그것이 또 노는 것도 아니다. 지쳐서 돌아온다. 나가서 시간을 허비할 수 록 마음은 늘 바빠진다.’[2]
이 문단을 보시면 지쳐서 돌아온다. 라는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외부 활동에서 에너지를 얻는 외향적인 인물들과는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또한 내향성을 가진 인물들은 적은 넓은 인맥보다는 적고 깊은 유대관계를 지향하고 있는데요.
'한국의 1세대 건축가 김중업에게 보낸 편지에서 보면 김환기가 소수의 화가들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3]
또한 여러 단락에서 김환기 화백은 S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방마다 사람이고 길을 건너는데 자칫하면 자동차에 치여 죽을 것 같습니다. 서울은 벌써 사람의 홍수요, 자동차의 거립니다.'[4]
사실적인 상상만 이루어진다는 S의 유형에 적합한 문장입니다. 추가적으로 설명은 잘하는데 머릿속으로 구상 못하는 S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내 고향은 전남 기좌도 고향 우리 집 문간에서 나서면 바다 건너 동쪽으로 목포 유달산이 보인다. 목포항에서 백 마력 똑딱선을 타고 호수 같은 바다를 건너서 두 시간이면 닿는 섬이다. 그저 꿈 같은 섬이요, 꿈 속 같은 고향이다.'[5] 라고 적힌 글에서 감각형인 부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숲보다는 나무를 보려는 S성향이 다음 문단에서도 파악되는데요.
‘솟을대문이건 납작한 대문이건 삐걱 소리가 나는 대문, 중문 안에 들어서면 댓돌이 보이고, 대청이 보이고, 대들보가 보이고, 서까래가 보이는 우리네 집. 문간에 들어와서도 신발을 벗었다 신었다 해야만 되는 우리네 가옥양식, 꼭 감기들게 마련인 구조.'[6]
집 전체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집의 구조 하나하나를 나열하는 것으로 보아 감각형으로 추측됩니다. 여기에는 김환기 작가의 또다른 성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바로 T적인 부분인데요. T는 사고형으로써 감성보다는 이성이 앞서는 타입입니다. T의 이러한 성향은 종종 비판, 비평의 분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네 가옥양식을 말하며 꼭 감기가 들 것 같은 구조라는 비평을 남기기 때문에 사고형으로 추측됩니다.
특히나 T는 맞다, 틀리다 분석적으로 판단하기도 하는데요.
'조선의 우리 자기의 대표는 역시 백자항아리가 아닌가 합니다. 가장 단순한 빛깔이란 백색이었는데 우리 조선자기에 나타난 이 단순한 백색은 모든 복잡을 함축해 그렇게 미묘할 수가 없습니다. 말과 글자로 표현한다면 회백, 청백, 순백, 난백, 유백 등으로 말할 수 있는데 이것 가지고는 도저히 들어맞지가 않습니다.'[7]
옳다 그르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항아리를 구별해 내는 그의 분석은 왜인지 T성향으로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는 판단과 인식의 구별인데요. 김환기 화백이 남긴 글 속에서 이러한 문장들이 등장합니다.
‘내겐 특히 건강에 대한 좌우명이 없다. 그때 그떄 자연스럽게 사는 것뿐이다. 부자연이란 것이 가장 불건강의 요소가 아닌가.’[8]와 ‘이 여름은 이렇게 지내며 급속도로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9]
라는 글이 등장하는데요. 시간대별로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서 일을 진행하는 판단형과는 다르게 김환기 화백은 인식형으로 추측됩니다.
에디터가 추측한 김환기 화백의 MBTI는 ISTP입니다. ISTP는 만능재주꾼 또는 장인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ISTP 성향을 가진 셀럽은 문재인 전 대통령, 박명수, 홍진경, 주우재, 하석진, 트와이스 나연, 르세라핌 김채원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비판적이고 냉철하면서 독립적인 ISTP. 김환기 화백이 맞을까요?
거장 김환기 화백의 MBTI 어떠셨나요? 김환기 화백의 작품 세계가 조금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구상미술에서 추상미술로, 자연에서 우주로 변화한 김환기의 작품은 비판적이고 냉철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1] MBTI는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인식과 판단에 대한 카를 융(Carl Gustav Jung)의 태도 이론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ook Briggs)와 그녀의 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Isabel Briggs Myers)가 제작하여 Myers-Briggs, 즉 M/B라는 명칭이 붙었다. 심리적 기능 이론, 인식과 판단의 향방으로 성격을 결정 짓는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MBTI는 내담자가 쉽게 응답할 수 있는 자기보고 문항을 통해 개인의 성격유형을 파악하는 심리검사다. https://www.mbti.co.kr/ (2023년 6월 5일 검색).
[2] 환기미술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환기미술관, 2021), 129.
[3] 앞의 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39.
[4] 앞의 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64.
[5] 앞의 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16.
[6] 앞의 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76.
[7] 앞의 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32.
[8] 앞의 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50.
[9] 앞의 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