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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 Apr 16. 2024

부끄러운 시어머니

미워도 미워하면 안 되는 우리 사이

‘홀라당’ 벗은 시어머님이 부끄러운 듯 등을 돌리고 서 계셨다.

세상 어떤 사람이 사이 안 좋은 며느리 앞에서 ‘홀딱 ’ 벗고 싶겠나!

“원통하지만 오래 살면 그런 날도 찾아온다.”




언제나 고고하게 회색 머리를  ‘구르프’로 ‘또르르’ 말아 뒤통수 빈 공간을 완벽하게 세팅하고, 정성스레 그린 반달눈썹에, 시세이도 ‘빨강’ 립스틱을 바르는,  셀럽 시어머니는 온데간데없고,  


온몸이 타박상에다가 팔도 부러져 퉁퉁 부었고,

윗입술이 부어올라 마치 ’ 오리 입’을 연상게 하는 불쌍한 꼴을 하고,

무시하고 싶은 한국며느리 앞에  지금 ‘알몸’으로 서

있다.


깁스를 한 팔에 물이 안 들어가도록  수퍼 ‘비닐봉지를’ 찢어 다친 왼팔에  ‘칭칭‘감은 그녀는 어떻게든 자신의 벗은 몸 실루엣이 꼴쌍사납지 않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듯했다.  

근육 파스’를 8개나 붙인  시니어 몸매는 노력해도 소용없어 보였다. 근육파스를 떼려고 하니 “파스”는 그냥 놔둬. “..


‘이 꼴’만큼은 보이고 싶지 않으셨겠지… 얼마나 이 순간이 싫을까…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얼른 샤워실에 온풍기를 틀어 시 어머님의 체온이 급격히 내려가지 않게  조절을 해 둔 후 팔을 잡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얼마나 당황하셨는지  내가 옆에 옷 입고 있는데,

갑자기 샤워기 물를 트는 바람에 내 옷이 흠뻑 졌어버렸다.

순간 조금 짜증이 올라왔다.

“어머니 가만 계세요”

“하이! “ “미안하다”…ごめんね…

“괜찮아요”..

“머리 숙이세요 어머니. 머리 감겨 드릴께요.“

머리숱이 없어 고기를 씻는 것 같았다.

온몸을 부드러운 타월로 ‘구석구석’ 문지르며 씻어 내려갔다.  샤워하는 동안 끝까지 나를  등지고 서있어서 가슴 부분은 제대로 씻을 수가 없었다.

‘발’까지  씻어 내려가니 발바닥을 문지르라는 듯 ‘발’을 꼼지락 거리셨다.

“발바닥은 안 돼요, 미끄러워 넘어지면 어쩌려고요. “

“하이!  “고맙다. “


샤워가 끝나고 물기를 닦아주려고 하니, “괜찮아, 내가 할께!“ 한다.

“어머니 몸은 전에 벌써 다 봤어요!” 그니까 괜찮아요. 가만계셔요.

“고맙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샤워하는 동안 수십 번은 들었다.

그만 듣고 싶지만, “고맙다”는 말이라도 하면  그녀의 마음이라도 편하게 실컷 하게 내버려 두었다.



오늘은 일을 쉬는 날이라 죽도록 잘 요량이었다.

이른 아침 10:00쯤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남편이,


“어머니 팔이 부러진 거 같애, 좀 봐줘!”

“어머, 그래?.


올게 왔구나! 싶었다. 그녀는 노쇠한 몸이라 ‘지팡이’가 꼭 필요한 몸이다.  현관에서 신발 한 켤레 신는 동안 “ 요이쇼, 요이쇼“(영차!, 영차!)를 10번은 더 해야 하는 체력이다.

빠~~ 알간 예쁜 지팡이를 15만 원 주고 주문을 해 왔지만, 언제나 뒤태를 아름답게 교정하는 용도로 사용하는터라, 내 속을 뒤집어 놓았다.


 그날도 왼손에는 지팡이 색에 맞춘 빨강 ’ 가죽

토트백‘ 에 오른손은 빨간 지팡이를 어깨 구부러지지  않도록 ‘살 살’ 바닥에 짚으면서 허리를 ‘쭉’ 펴

어떻게든 ‘상 늙은이로 ‘보이는 것을 피해보려 했다.


봄이라 빌딩사이로 몰아치는 거센 바람을 당할 수 없었던 그녀는 그대로  콘크리트 도로에 ‘내 동댕이’ 쳐졌다. 빨강 토트백도, 지팡이도, 구슬 달린  마스크도 다 날아갔다고 했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그놈의 ‘ 무거운 빨간 가죽가방‘ 들 체력도 없으니 이젠 버리라고 해도, 지팡이도 그렇게  ‘ 이쁘게 걷는 용도로 쓰다가는 큰일 난다고 했지만 내 말 안 듣는 ‘똥고집‘!


속으로 “싸다, 싸!” 내 이럴 줄 알았어!

정말 이 노인은 말을 ‘당최’ 안 듣는다.



           어머님 몸은 좀 어떠세요!


“오늘 글쎄  병원예약이~~~~~ 예약이 자주 안 되는 거야~~~~ 다른 병원은 간호사들도 좋고~~~  ~~~~~~~~~이 동네 보다~~ 아끼쯔 에 ~ 전철~~


제발 깔끔하게 대답만 해주면 좋으련만,

몸이 어떠세요? 하면 “많이 아프다 라든가, 괜찬다 라는 식으로 말을 해야 대화를 할수 있는데 언제나 질문과 관련은 살짝 있지만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는다.  엄청 울화통 터진다.


언제나 그렇틋 결말까지 들으려면 ‘내 눈동자가 4번은 흰색만 남아야 하고 , 하아!…. 한숨을 몇 번을 쉬어도 결론을 말하지 않는다. 이 부분도 노인과 함께 살면 환장한다.  

노인들은 결론을  대화의 최후에 말한다.

어떤 때는 끝까지 결론을 말하지 않고 맞춰보라고 ‘퀴즈를 내기도 한다’. 제발 그냥 본론부터 말하세요 어머니…  진짜 미워요 그러면…




저런 몸을 하고 목욕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다쳐서 거동이 불편하다고 계속 ‘징징거려’ 짜증이 났다.

이제 와서 인격개조는 할 수 없다.


“않았다 일어서는 게 너무 힘들어!”

“ 안약 뚜껑은 왜 이리 열기 어렵냐!

“한 손을 못 쓰니까 밥 먹기 힘들어!

“기브스를 하는 건 생각만 해도 싫어!

“의사가 만약 경과가 안 좋으면 입원해야 한다더구나! 입원은 평생 해본 적도 없고 끔찍해!

이 고정대는 너무 쓰기 불편하네!

다친 팔을 못 씻어서 너무 간지러워! 어떻게 좀 할 수 없을까?



연신 내가 만든 ‘찰밥을’ 옴팡지게 오른손으로 떠먹으며 끝이 없는 불만을 토로했다.

어머님,

오른팔 부러졌으면 내가 밥을 떠먹여 줘야 하는데 왼팔이라 얼마나 다행이세요?

가족이 있어 움직일 때마다 도와드리잖아요?

칼로 수술도 안 할 정도니 얼마나 다행이세요?

“모든 게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살면 마음도 편해져요.”


그렇게 아픈 상황에도 가까이서 보니, 눈썹을 ‘초승달’ 모양으로  그리고, 입술도 삐뚤지만 바르고 있었다.  눈썹 그린 걸 보니 좀 살만하시네!..

늙어도 예쁘게 보이고 싶은가 보다.  


  미워하지 말아야지…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이 시간이 ‘가치 있는’ 내 삶의 일부분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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