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성찰
이 글을 쓰는 시점으로부터는 5분 후,
이 글이 올라갔을 시점으로는 오늘!
나의 생일이다.
(와 놀랍게도 이 글을 쓰다가 2주가 지나서야 마무리를 한다...!)
누군가는 생일이란 기대감을 잊고 산지 오래라지만
난 아직도 생일 전야제면 심장이 쿵쾅거린다.
특별한 생일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여태껏 생일을 돌아보면
12시 땡 하고 생일을 축하해 주는
가족, 친구 등등이 있었고
예상치 못한 상대에게 축하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처럼
그동안 뿌렸던 씨앗이 수확을 거두는 날.
나도 열심히 생일을 축하했던 만큼 돌려받았다.
이걸 쓰는 지금 12시가 됐다.
(다시 말하지만 2주 전 생일 당일에 쓰다가 완성하지 못한 글이다.)
Happy bitrhday to me!
역시나 12시 땡 하자 언니와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이렇게 나를 생각해 준다는 것이 새삼 고맙다.
생일 하면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음 내가 처음 글을 쓴 시점으로부터
전 전 전 전 남자친구다.
(만나기로 한 전 남자친구가 전 전 전이니
아마 4년은 더 지났을 거다.)
너 브런치가 무슨 전 남자친구 기록용이니? 맞다.
난 잃어야 후회를 하고
돌이킬 수 없음을 알아야 배운다.
잃는 건 쉽지만 잊는 건 어렵기 때문에
늘 후회하고 늘 반성하고 또 종종 떠올린다.
그러니까 자아성찰도 결국엔
전 남자친구 생각을 하다가 비롯되는 거다.
생일에 옛 연인을 생각하는 것도 웃기긴 하지만
뭐 생일은 365일 중 하루고,
난 하루보다는 더 많은 날 생각하니까
우연히 날이 겹친 것뿐이다.
어쨌든 전 전 전 전 남자친구는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다.
친구의 소개로 만났는데
착해 보이는 인상이 좋았다. 순박한 청년 같았다.
영화를 보고, 술을 마셨는데
처음 만났지만 너무 설레고 즐거웠다.
그날부터 연락하는 내내 정말 행복했던 거 같다.
주말에 일찍부터 보기로 한 날.
나는 그가 고백하지 않는다면, 내가 고백하려고 했다.
수동적인 연애를 해왔던 내 인생에서
나름 큰 결심을 한 거다.
근교 바다를 다녀와서 회에 술 한 잔 마시며
기다리던 고백을 받았고 (눈치 줬을 수도)
멘트는 기억이 안 나지만 분위기는 아직도 생생하다.
술맛이 그렇게 좋드라고~!
2주년을 앞두고 헤어졌으니
2년을 사귀었고
2번의 생일을 함께 보냈다.
그와 함께 한 첫 생일.
기대하고 고대했으나 그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선물이 문제였다.
디자인도 브랜드도 금액대도 내가 생각한 게 아니었다.
눈치가 조금 없던 그는
생일 전 미리 나에게 선물이 뭔지 자랑스레 말했고-
나는 그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생일날까지
열심히 표정 연습을 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했던가!
무사히(?) 선물 증정식을 끝내고
친구들과 함께 생일파티까지 분명 잘했는데!
아 역시 술이 문제야 문제~
술에 좀 취하니 표정 관리고 뭐고~
솔직한 감정이 튀어나왔다.
당시 남사친이 더 비싼 브랜드의 신발을 사줬는데
최악의 상황으로 비교까지 한 거다.
자리도 파투 나고
우리 관계도 파투 날 뻔했다.
어쨌든 파투 나진 않았으니
그 이후 몇 번 신는 모습을 보여주며
생각 외로 맘에 드는 척을 했었다.
거의 새거라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그 신발은 신발장에 처박혀있다.
그날의 잊지 못할 하루는 나만 그랬나 보다.
그다음 해 생일.
케이크를 사 왔는데
Happy 100 days라고 적혀있는 거다.
나 태어난 지 100일 된 건가.
아님 우리가 다시 날짜를 회귀해
사귄 지 100일이 된 건가.
기왕 사주는 거 좀만 더 신경 쓰지.
사람이 좀 발전이란 게 있어야지.
화가 올라왔다.
생일 기념 서울 여행 중이었는데 호텔에서 싸웠다.
변명이랍시고 줄 서는 맛집이란다.
심지어 둘 다 케이크를 안 먹는데 맛집이 무슨 소용.
또 그렇게 다른 의미로 잊지 못할 생일을 보냈다.
세 번째 생일에는 내 옆에 그가 없었다.
예정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헤어지고 나니 그냥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라도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지 않았다. 앞으로도 오지 않을 거다.
역시 상대를 잃고 나니까 느껴지는 게 있었다.
서툴러도, 뭔가를 준비하는
그 마음 자체가 고마운 건데
나는 서툴다에 방점이 찍혀있던 거다.
특별한 걸 기대하는 나,
그 특별함이 상대에겐 너무 어려웠을 거 같다.
예약이란 걸 해본 적 없어서 방법도 몰랐을 텐데.
타지에서 서울까지 케이크 픽업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직장인 월급에 거금 들여 팔찌도 사줬는데.
그깟 100 DAY 적힌 케이크가 뭐라고.
어차피 먹지도 않을 거.
365일 중 하루라도
나를 기억해 주고 챙겨주는 게
시간을 써준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특별하단 걸 느꼈다.
올해 생일은 정말 특별했다.
그렇게 나는 또 배웠고, 내 모서리 하나를 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