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정이 보상이다

by 스윗슈가


초등학교 1학년 받아쓰기 시절부터 시작한 글쓰기

2학년에 와서는 '오늘은'으로 시작해 '참 재미있었다'로 끝나는 방학일기를 한꺼번에 쓰느라 정말 진땀 났었다.


학교에서 독서감상문 숙제를 내주셨는데

어떻게 쓰는지 몰라 그저

책의 내용을 원고지에 그대로 옮겨 적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 그리고 조금 머리가 큰 초6에는 학급문집에 많은 책 읽기를 통해 지식의 볏단을 쌓겠다는 표현도 하는 나름 옹골찬 다짐도 하는 어린이였다.


고1 학창 시절 때 특별활동도 공교롭게 글짓기 부였다.

성균관대에서 주최한 전국청소년 글짓기대회에서

'뿌리'라는 소재로 글을 적었다.

생활문이었는데 거의 소설급으로 창작을 한 것 같다.

그렇지만 결과는 뜻밖에도 '가작 수상!'


내용은 거의 생각이 안 나지만, 스스로 기쁨에 겨워

친구에게 전화로 조곤조곤 내가 쓴 글을 읽어주던 생각이 난다. 아직까지 나에게 유일무이한 전국권 수상의 흔적이다.



스무 살 대학 새내기시절, 엇갈림이라는 풍물공연에서 공연의 내레이션을 썼다. 내용은 희미하지만 어쨌든 공연에 올릴 것이니 나름 몇 시간 방에서 고심해서 작성을 했었다. 그리고 동아리방에서 드문드문 날적이를 적는 것 외엔 종이 위에 써 내려갔던 나의 글쓰기의 역사는 멈춰버렸다.


눈뜨고 일어나면 당시 내 젊음의 과제는 술을 마시는 것, 돈을 버는 것, 나에게 부여된 날들을 즐기는 것.


20대의 인생은 그런 방식으로

펼쳐지는 거라 여겼다.


미니홈피의 등장으로 간혹 끄적거림 수준의 비밀일기를 쓰긴 했지만, 서사 없는 감정의 배출구였다.


30대의 글쓰기. 역시 sns의 힘은 강력하다. sns에 중독 수준으로 꼼짝없이 매달려있으니. 종이 위에 글을 쓰는 일은 더욱 멀어져 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를 들여다보고 내 생각을 알아가는 것이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30대 또한 삶의 질곡이 만만치 않아서

그저 관성적으로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삶에 집중했고, 그런 나와 글쓰기는 무관한 것이었다. 삶의 순간을 기록하고 싶은 욕망은 사진으로 대신했다.


40대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끔 맘카페에 글을 올리는 것, 인스타에 몇 줄 사진에 관련한 기록을 쓰는 것 외에는 내 글쓰기는 장기간 경력단절모드였다.


글쓰기를 멈춘 것은 내 사유를 멈춤과 동시에 나에

대한 돌봄을 멈춘 것이기도 했다.



인생이 힘들었다면 내가

어떤 사람이며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끊임없이 나와의 대화해야만 했다.


그것이 나의 자존감이자 살아가는 힘이지 않았을까.


과거의 내가 모여 현재의 내가 있다. 희로애락 그 어떤 과거라도 내가 글을 써나간다면 그것들은 내 글쓰기의 자양분이며 생각의 출발점이 되리라.



그 여정이 보상이다.


(The journey is the reward.)


어딘가에서 본 스티븐 잡스의 말을 좋아한다.


삶의 여정은 지금의 나를 만들고, 글쓰기의 원천이 되었다. 자꾸 기억 속의 내 인생이 글로 펼쳐지니 말이다. 게다가 내 기록의 생산을 감사하게도 원픽이라며 어느 글쓰기 챌린지 사이트에서 댓글도 달아주시는 분도 생겼으니

이 즐거운 일을 허투루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살아가려고 한다.

내게 주어진 삶을.


쓰고 생각하는 인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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