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you were here before
여기 당신이 있었을 때
Couldn't look you in the eye
난 널 눈에 담을 수조차 없었어
You're just like an angel
넌 마치 천사같아
Your skin makes me cry
네 살결은 나를 감동시키지
You float like a feather
넌 깃털처럼 공중을 부유해
In a beautiful world
아름다운 세상 속에서
I wish I was special
난 내가 특별했으면 좋겠어
You're so fuckin' special
넌 존나 특별하니까
But I'm a creep, I'm a weirdo
하지만 난 찌질이야, 난 이상한 놈이지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젠장,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I don't belong here
난 여기에 어울리지 않잖아
'Radiohead - Creep' 中
사랑을 한다는 건,
마치 노랫말을 해석하는 것과 같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비로소 노랫말에 귀가 트이기 시작한다.
작년 여름이었다.
우울과 고뇌로 꽉 막혀 있던 내 귀에도
수줍지만 아름다운 사랑이 트이기 시작했다.
그녀를 다시 만난 건 꼭 2년 만이었다.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을 만큼 우연한 만남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처음 듣는 순간 심장이 덜컥거렸다.
반갑게 웃어주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나는 직감했다.
어쩌면 이건 우연이 아니라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그녀를 만나기 전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새 직장으로 출근하는 경험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날따라 밤의 어둠이 유독 진하고 선명해 잠이 오지 않았다.
이상하리만치 긴장됐다.
이 소용돌이같은 감정들은 대체 뭘까?
예상했던 걱정 속에서 예상치 못한 기대가 피어났다.
이번엔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그 집단에 잘 소속될 수 있을까?
예전처럼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혹시나,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진 않을까?
아는 사람?
그렇다면 제발.
그녀였으면 좋겠다.
순수로 가득했던 그녀의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될까?
많은 걸 바라지는 않겠다.
거짓말같은 로맨스는 감히 상상하지 않겠다.
그냥. 그저.
그녀였으면 좋겠다.
만약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그녀였으면 좋겠다.
그 바람이 거짓말처럼 이루어졌다.
다음 날, 놀랍게도 나는 그녀와 마주쳤고
그녀가 내게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문득 내 심장이 아직 뛰고 있음을 깨달았다.
한 편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다.
2년 만에, 정말로 그녀와 다시 만났다.
그날 이후, 나는 감히 거짓말같은 로맨스를 꿈꾸었다.
괜히 심심하다며 그녀에게 업무 중 메신저를 보냈고,
괜히 핑곗거리를 만들며 그녀와 점심 약속을 잡았다.
그녀와 밥을 먹으며 그녀의 미소를 몰래 눈에 담았으며,
그녀와 통화를 하며 그녀의 목소리를 몰래 음미했다.
그녀를 아주 조금씩 알아가는, 과분한 사치를 부렸다.
어느새 나는 노랫말 속의 Creep이 되었다.
노래의 가사 하나하나가 내 귀에 비수를 꽂았다.
그녀를 알고 싶어하는 내 마음이
혹여나 그녀를 부담스럽게 하는 건 아닐까?
그녀의 사심 없는 반가움에
내가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한 건 아닐까?
천사처럼 아름다운 그녀에게
내 모습은 어떻게 보일까?
내가 그녀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
이런 내 마음을, 그녀는 알까?
그녀를 만나고 나서
내가 지금보다 더 멋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나를 궁금해하도록
내가 지금보다 더 특별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수개월 동안이나
찌질한 노래 가사를 입과 귀에 머금고 살았다.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은 설렘과
그녀에게 다가가도 될까라는 걱정으로
어설프지만 아주 조금씩, 그녀에게 걸어갔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났다.
노랫말처럼 찌질했던 추운 겨울의 어느 날,
거짓말처럼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녀의 이름은 미니.
Creep이었던 내게 드디어
극적인 드라마로 가득한 미니시리즈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