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씹는다는 것 - 감각의 부재

by 태리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말이 있다. 미식에 대한 최고의 찬사로, 많은 사람들이 이 표현을 들으면 무언가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맛을 떠올린다. 어떠한 저항 없이 혀 위에서 사라지는 식감, 입안에서 흔적 없이 녹아내리는 한 입. 그러나 문득,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정말 맛있는 음식이란, 그렇게 아무 저항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어야만 할까?


어쩌면 우리는 ‘씹는’ 것의 즐거움을 너무 쉽게 지나치는 것은 아닐까?


사실 음식을 먹는 기쁨은 단지 맛, 향만이 않는다. 바삭하게, 쫀득하게 씹히는 감각, 씹는다는 행위 자체가 주는 쾌감은 실로 대단하다.


씹는다는 것은 단순한 식사의 일부가 아니다. 혀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촉감이 이빨을 통해 전달되고, 턱과 얼굴 근육이 음식을 분해하며 우리는 그 음식 속에 담긴 노력과 땀을 알 수 있다.

살아 있다는 감각은 어쩌면, 그런 작고 반복적인 감각에서 비롯된다.


‘씹는다는 것’이 단순한 기쁨이 아니라 얼마나 풍요로운 감각이었는지를 실감한적이 있는가


이제는 단 한 입의 사과도, 바삭한 튀김도, 고소한 김치 한 조각도 씹을 수 없다. 대신 죽을 넘기고, 부드러운 것만 입 안에 스쳐간다. 씹는다는 감각이 사라지자,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음식의 온도, 향, 혀끝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점도, 삼킬 때 목을 타고 내려가는 따뜻함. 씹을 수 없다는 결핍 속에서, 감각의 결이 얼마나 다채로운지를 배울 수 있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꼭꼭 씹어 넘긴다는 것의 진짜 의미


우리는 인생의 고비에서 자주 이런 말을 듣는다.

“그냥 삼키지 말고, 꼭꼭 씹어 넘겨야 해.”


‘삼킨다’는 말은 억누르고 참는 이미지다. 눈물을 삼키고, 말을 삼키고, 고통을 꾹꾹 눌러두는 것.

하지만 그런 감정은 결국 속에서 썩고 만다. 씹지 않고 삼킨 감정은 몸과 마음에 그대로 남는다.


반면 ‘꼭꼭 씹어 넘긴다’는 말은 다르다. 그것은 감정을 바라보고, 곱씹고, 이해하며 나의 일부로 흡수하는 일이다. 음식처럼, 감정도 씹어야 소화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한 숟갈, 고소한 빵 한 조각,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치킨


삶도 음식도, 살살 녹는 것만이 미덕은 아니다.

잘 씹어 넘기는 일, 그 안에 진짜 맛이 있다. 그리고 진짜 회복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