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공감해야만 하는가?

by 태리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는 누군가의 고통과 죽음에는 눈물을 흘리고, 어떤 고통과 죽음에는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는 걸까?

가까운 사람의 사고에는 온몸이 무너진 듯 슬퍼하면서, TV 속 먼 나라에서 벌어진 재난이나 전쟁, 혹은 SNS 피드에 스쳐 지나간 익명의 죽음엔 거의 아무런 감흥이 없다. 그냥 다른 영상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이런 나를 보며 문득,
"나는 이기적인가?",
"공감할 줄 모르는 인간이 된 걸까?"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됐다.


의료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간호사의 무표정한 모습을 패러디 하기도 한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한 간호사의 모습


우리는 그 장면을 보고 간혹 이렇게 느낀다.
“왜 저렇게 차갑지?”
“이 일에 너무 익숙해진 걸까?”


그럴 수 도 있지만, 그 보다 그 무표정은 ‘무감정’이 아니라, 감정을 ‘관리’하는 방식이 아닐까?

고통과 죽음을 계속해서 보는 그들에게서 이런 감정에 휩쓸린다면 그들은 그 일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간호사, 의사, 장례지도사, 경찰, 소방관… 죽음과 고통이 일상이 된 이들에게 공감하지 않는 것이 생존 전략이다.


공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항상 감정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가까운 사람의 고통엔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그것은 나의 일부가 아픈 것과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낯선 이의 고통에는 거리를 둔다. 뇌는 자원을 아낀다. 과도한 공감은 뇌를 피로하게 만들고, 결국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죽음 앞에서도 무표정한 사람을 보며 우리는 “냉정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그 사람은, 슬픔에 잠기지 않기 위해, 무너지지 않기 위해, 그렇게 버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의 방식으로 슬픔을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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