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워지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서 일단 똑똑해져 볼래요

프롤로그

by 하빈
아 - 늙고 싶지 않다


진시황 씨, 제가 어렸을 때는 이해를 못 했는데요.

불로불사(不老不死)하는 약 저도 굉장히 궁금합니다.


밤을 꼴-딱 새우고 첫 차를 타도 그저 웃기기만 했던 시절이 아득하다. 이제는 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가장 약한 부분부터 고장 나기 시작하더니, 나에게도 그 많은 황제들이 갖고 있던 욕망이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늙고 싶지 않다. 벌써 이렇게 덜컥 시간의 흐름을 겁내는 나에게 6살 많은 직장 선배가 웃으며 말한다.


"이제 슬슬 친구들이랑 얘기할 때 서로 말 안 듣고 각자 자기 할 얘기만 하죠? 그거 왠지 알아요? 생각났을 때 바로 말 안 하면 까먹거든.. 기다려 줄 수가 없어.. 까먹기 전에 얘기해야 돼"


하루에 가장 많이 쓰는 어휘가 '배고파 - 졸리다 - 집에 가고 싶어'에서 '아니 - 그 - 뭐더라'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요즘, 유난히 직장 선배가 했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실제로 20-30대부터 인지 능력 저하가 시작된다고 한다 [1]. (이런 거 과학적으로 확인하지 말아 줘). 그래도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해서 성인 뇌도 계속해서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변할 수 있다고 한다 [2]. (이런 거 좋잖아?) 직장 생활 8년 차에 깊은 진로 고민에 빠진 나는 아직 쌩쌩한 뇌가 간절하다.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제사보다 잿밥에 군침을 흘리는 나는 공부하고 커리어를 준비하는데 시간을 쏟으면 될 것을, 뇌를 어떻게 하면 보다 더 똑똑하게 만드는지에 단단히 꽂혀버렸다.


이런 욕망으로 금주를 시작했다. 어디선가 3개월 동안 금주를 하면 내 몸, 특히 뇌에 있는 알코올이 완전히 빠져나가면서 그야말로 학창 시절의 쌩쌩한 뇌로 돌아간다는 글을 읽었다. 10대 시절의 뇌로 돌아간다고? 츄베릅. 참을 수 없잖아? 그렇게 금주한 지 2개월이 넘어갔을 때, 한 회식 자리에서 다른 동료가 갑자기 왜 요즘 술을 안 마시냐고 물었다.


"왜 요즘 술 안 드세요?"
"아, 3개월 금주하면 더 똑똑해진다고 해서요!"
"엇? 근데 그거 3주 아니에요?"
"헉, 3주래요?"


다급한 검색이 시작되었다. 오잉? 세상 어디에도 3개월이면 뇌에서 소주가 빠져나간다는 이야기는 없다. 뭐지? 이미 알코올에 절여진 내 뇌가 새로운 정보를 창의력 있게 만들어 낸 건가? 42일이면 된다는 나무위키의 글을 읽고 할 말을 잃고 머쓱해진 나를 동료들이 놀리기 바쁘다.


"어유~ 우리 이미 똑똑해진 ㅁㅁ님이랑 일하고 있었네~"
"죄송합니다, 이게 최고의 아웃풋이었습니다..."


결심했다. 이왕 똑똑해지고자 하는 욕망이 생겼으니 과학적으로 근거 있게 똑똑해져 보자고. 세상의 똑똑해지는 다양한 학습법을 공부해서 내가 얼마나 똑똑해지는지 확인해야겠다. 이 과정을 아예 브런치에 박제해야겠다. 이번 브런치북은 이 시간을 나에게 강제하기 위한, 그리고 나처럼 억울하게(?) 근거 없이 금주하는 사람을 세상에 만들지 않기 위한 나의 기록이다.



[1] When does age-related cognitive decline begin? - PubMed

[2] Aging and brain plasticity - PubM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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