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한 소회
기나긴 연휴였다. 처음으로 이번 연휴에 가족을 보러 가지 않고 집에 혼자 머물렀다.
이렇게 긴 시간 혼자 있는 것이 얼마만이지? 코로나에 걸렸을 때? 누구보다 혼자 있는 것을 즐긴다고 말하는 사람이지만, 의외로 혼자 며칠씩이나 보낸 나날이 길지 않다. 왜인지 설레는 마음. 안 그래도 큰 뜻을 품고 옮겼던 부서가 영 마음에 차지 않아 진로 고민이 극에 달한 참이었다. 옳다구나. 이 연휴가 지나면 나는 다시 태어난다. 마음이 두근거린다. 이 기나긴 연휴를 나와의 대화로 잔뜩 보낼 심산이었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호기롭게 반차를 냈다. 들썩이는 엉덩이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내 옆자리가 비어 있어서 망정이지, 사람이 계셨다면 평소보다 몇 배로 펄럭이는 내 엉덩이에 부담을 느끼셨을 것이다. 그렇게, 모두의 부러워하는 눈빛을 한껏 즐기며 동네 도서관으로 퇴근했다. 거대한 지식의 보고에 파묻혀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새 마음 새 뜻으로 찾을 계획이었다. 왠지 이곳에 내 천직이라는 놈이 숨어서 나를 애타게 찾고 있을 것만 같았다. 당장 그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야지.
"형, 구하러 왔구나!"
"그럼, 당연하지!"
물론 나는 나의 귀여운 아기 천직을 발견하진 못했다. 대신 책을 편 상태로 앉아서 오랜만에 맛깔나게 평일 오후의 꿀잠을 잤다. 도서관 전체의 구조를 이해한 것에 만족하고, 인테리어 서적과 원래 빌리려던 자기 계발서를 빌려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고른 자기 계발서는 세스 고딘의 [린치핀]과 칼 뉴포트의 [열정의 배신]이었다. "자신이 꿈꾸는 일, 좋아하는 일은 천직처럼 따로 있으며 그 일을 찾으면 저절로 행복해지고 성공한다는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아이참. 골 때리네. 천직 찾으러 도서관 간 거였는데..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연휴가 끝났다. 자아는 아직 못 찾았고, 나는 금세 끝나버린 연휴를 추모하며 빌렸던 책들을 반납하러 가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번 연휴 때, 나는 3권의 책을 읽고, 2개의 북리뷰를 작성했다. 그리고 2편의 글을 쓰고 영단어를 조금 외웠다.
"하빈아, 너는 글을 왜 써?"
내 글을 피드백해 주는 소중한 H가 나에게 묻는다. 나는 횡설수설하며 대답한다.
"책을 쓰고 싶기도 하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고..."
그러게. 나는 글을 왜 쓸까? [어쩌면, 글쓰기]에서 말했지만, 그냥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적는다. 적지 않으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책을 쓰려면, 사람들이 원하는 글을 써야 할 텐데. 어떤 글이 읽히는 글이 될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한다. 이번에 엄마가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다녀와서 말차가루를 한 팩 사 왔다. 어디서 본건 많은 나는 차선을 사서 뜨거운 물에 섞은 말차가루를 푼다. 거품을 퍽퍽퍽 내는데 영 시원치가 않다. 유튜브에서는 크림처럼 부드러운 거품이 나던데. 아-차. 얼음 있나? 얼려놓은 얼음도 없다. 부지런하지 못한 자여, 미지근한 말차라떼를 견뎌라. 이건 뭐, 팔지는 못하겠다. 꼭, 내 글 같다. 어디 팔리진 못하겠다만 뭐, 일단 나는 먹을만하다. 연휴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아빠에게도 한 잔 내어준다. 어때, 아빠? 먹을 만 해?
"응-"
- 2025-10-12 남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