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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드리 Jan 09. 2024

졸업했으니 엄마가 성장할 차례다.

 엄마의 고등학교 졸업식에는 똑 단발을 하고 앞머리는 있는 힘껏 스프레이를 뿌려 구르퍼로 동그랗게 말아 머리에 힘을 주었어. 치마단을 열심히 접어 짧아진 치마를 입고 학교에 갔지.


우리 집은 차가 없어서 모두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어.

학교에 도착해서 추운 강당에 모여 손을 호호 불며 학사모를 썼지. 교장선생님은 졸업식날 어찌나 하실 말씀이 많으신지 40분은 넘게 훈화 말씀을 해주신 것 같아.

그래도 교장선생님 말씀이라 한마디 한마디  열심히 자세도 흐트러지지 않게 경청했었어.


졸업식이 끝나고 가방에 숨겨둔 밀가루를 친구들과 뿌리며 뛰어다녔단다. 할머니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야단무서운 눈빛으로 등짝을 세게 때렸지. 그때 정신이 번쩍 들며 할머니한테 더 혼날 것 같아 얼른 자장면집으로 향했어. 할머니가 졸업식날은 꼭 탕수육을 사주셨거든. 정말 꿀맛이었단다.


너에 졸업식은 엄마와 많이 달라 보였어.

졸업식인데 교복을 입고 오는 학생이 없는 것도 신기했어. 자기가 입고 싶은 옷에 교복 재킷만 입고 오는 친구도 있었지. 자유로워 보여서 좋았어. 교장선생님의 말씀은 5분이 넘지 않았어. 교장선생님이 센스가 있으신 거 같아. 졸업식에 너희들이 손수 만든 영상에 이젠 안녕이라는 노래가 나오자 부모님들은 눈물이 맺히는데 너희들은 신난 표정이었어.

학교 곳곳을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러 다니며 행복해하는 너를 따라다니지 못해 엄마는 교실에서 기다렸지. 졸업식이 끝나자 스벅으로 달려가서 차를 마시며 인스타로 맛집을 검색하는 너를 보며 엄마는 옛날 사람 같았어. 인스타 맛집 가서 졸업 축하하며 맛나게 먹자.


아기 때보다 많이 성장한 너의 지금이 엄마는 너무 좋아.


이제 엄마가 성장할 차례인 거 같다. 엄마도 응원해 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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