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밤 늦게까지 공부하다 잠이 들었다. 커피를 물처럼 마시고 출근을 해야 정신이 들었다. 출근하면 결재할 서류들과 결정해야 하는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출근과 동시에 걸어본적 없이 늘 뛰어다녔다. 부어 있는 내 눈을 보며 몽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선생님 눈 아야했어?"
"코 자야되는데 책을 읽어서 눈이 아야했나봐요"
"내가 호 해줄께"
"진짜? 너무 고마워요"
내 눈에 몽이가 힘을 내라는 주문을 걸어 입김을 불어주는 것 같았다.
정신없이 아가들과 지내며 분주해진 머리카락과 정신없는 옷맴새를 정리할 틈도 없이 대학원으로 향했다.
학교에 편의점은 늘 내가 도착하는 시간 전에 닫았다. 몽이의 주문이 풀려서인지 커피를 꼭 마셔야만 눈이 떠질것 같았다. 도서관 앞에 자판기가 생각이 나서 얼른 달려갔다. 지갑에 커피를 사기에 딱 100원이 부족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동전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내 어깨를 남학생이 두드렸다.
"제가 도와드려도 될까요?"
"네? 동전이 부족해서요."
"혹시 카드 있으세요?"
"자판기가 카드가 되요?"
"네. 카드 넣으시면 동전 없어도 커피 드실 수 있어요"
"정말요. 너무 감사해요. 자판기를 오랜만에 봐서 카드가 되는지 처음 알았어요"
"저희 엄마도 잘 모르시더라요.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예요. "
그냥 지나쳐도 되었을 순간을 기계앞에 작아진 나의 모습을 엄마처럼 도와준 남학생이 참말로 고마웠다.
아침의 몽이의 위로가 저녁에는 남학생의 도움이 마음에 풍요한 위로가 되었다.
내가 대학 다닐 시절에 마지막으로 자판기를 만났었다. 커피보다 음료수를 좋아했던 20대때는 늘 호주머니에 동전을 가득 가지고 다녔다. X세대 자판기앞에서 동기들과 음료수를 서로 사주겠다고 먼저 동전을 넣으며 늘 웃음이 끊이지 않았었다. 친구가 첫사랑과 헤어졌을때 자판기앞에서 마시지도 못하는 블랙 커피를 뽑아 놓고 그 자리에서 펑펑 함께 함께 울었다. X세대 자판기의 추억처럼 이제는 MZ세대 자판기앞에 소소한 추억이 생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