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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수업 52

우리들의 미술교실 27

by 미지수

저는 지금 성인 발달 장애인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제가 그들의 마음을 잘 알아채고 저를 살펴보기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번 미술수업은 해바라기 대신 동백꽃을 수채화 물감으로 그리기 시작한 제자 3, 장미꽃 한 송이를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제자 4와 보조 선생님과 제가 함께 했습니다.


제자 3은 미대를 나온 성인이 된 자녀가 있습니다. 제 미술교실에는 두 명의 지체 장애인이 있는데 제자 3이 그중 한 명입니다. 제자 3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몸의 반 쪽이 불편합니다. 아무래도 미대를 나온 자녀의 가르침으로 형태, 선, 그림자... 그림을 잘 그리는데 필요한 요소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감성을 표현해야 하는 자유로운 그림에서 인간의 관념대로 제자 3은 그림의 틀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틀을 깨고 싶어서 제자 3에게 여러 가지 시도를 하게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제자 3은 이미 충분한 그림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력이 서서히 안 좋아지는 제자 3에게 형태를 그리지 말고 사물을 크게 클로즈업해서 그림을 그려보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새롭게 배워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제자 3을 응원합니다!


제자 4도 형태를 그리지 말고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과 형태를 동시에 그리게 하였습니다. 제자 4에게 똑같이 형태를 그리게 하거나 꼼꼼하게 채색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또한 상상한다라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득 어떤 책에서 인간은 본 것만 그릴 수 있다고 말한 문장이 생각나네요. 우리가 상상한 것 또한 우리가 본 것들이 나열되어 있는 것입니다. 저는 제자 4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그림 스타일을 생각 중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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