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폭설
서윤
무릎까지 올라오는 하얀 눈 장화를
연신 갈아 신으며
아버지 지게 위에
뒷산 고주박을 담고 담았어
고사리 손이 꽁꽁 얼어버리고
지게 진 아버지 등은 굽어 있는데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산촌마을은
하얀 옷을 입고 배시시 웃고 있는 거야
우리 집 굴뚝에선 젖은 연기가
하얗게 하얗게 시위하 듯
하늘로 하늘로 꾸역꾸역 올라가고
눈 먹은 고주박이 두 번째 죽음을 맞이했어
하얀 세상이 녹으면 봄이 올 터
전봇대와 전봇대를 연결하는
까만 줄 위에 까마귀가 까맣게 앉아서
하얀 마을을 보며 까악 까악 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