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눈 사람
마침 방학이라
'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니다 ' 를
무시하고 어른들이 보는 연속극도 보고
연속극 이름이 옥녀였던가
여하튼 무서운 연속극이었어
천정에서 다다다다 뛰어다니는
쥐새끼들도 쫓아버리고 나서
겨울눈이 펑펑 봉당까지 쳐들어오는 걸 보고
잠이 들었지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버지가 한쪽에 모아놓은 눈을 똘똘 뭉쳐서 눈사람을 만들고
숯덩이로 눈썹도 붙여주고
마른 고추로 입술도 빨갛게 붙였놨지
근사했어
물론 작대기 두 개로 머리에 뿔도 만들어주었어 도깨비 뿔
변소에 잠깐 다녀왔는데 어어어 어라
눈사람이 없어지고 숯덩이랑 마른 고추만
마당에 널브러져 있었어
울 호랭이 엄마가 글쎄 도깨비 눈사람한테
설거지 물을 확 뿌려버린 거야
물 뿌린 엄마를 미워해야 하나
반항도 못하고 녹아버린 눈사람을
미워해야 하나
울 엄마 진짜로 호랭이띠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