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

추억

by 서윤

화투


여덟살이 되었어

하얀 손수건 가슴에 매달고 학교를 갔지

1+1=2 도 배웠고 ' 철수야 가자 ' ' 영희야 놀자 ' 를 썼지

집에 와서 공부한 걸 종알종알 아버지한테 자랑했지

아버지가 아랫목에 앉아서 앞에 앉으라고 하시더니

' 아부지가 산수공부 시켜줄까 '

하시더라

' 웅 좋아 ' 하고 아버지 앞에 앉았지


글쎄 아버지가 베개맡에 있던 화투를 손바닥으로 섞더니 착착 착착 치고 나서 나한테 10장을 주고 아버지도 10장을 갖고는 바닥에도 8장을 깔고 하시는 말씀이

' 서윤 손에 들고 있는 10장을 보고 바닥에 있는 거하고 그림이 맞으면 갖고 가는 거야 '

하시는 거

화투 10장이 내 손에 다 안 잡혀서 바닥에 엎어놓고 그림을 맞추었지

물론 10원짜리도 20개나 주시면서 이기면 더 준다고도 하셨지.


나 그날부터 아버지랑 화투놀이로 산수를 배웠어

따는 날이면 십 원짜리가 내 주머니에 가득 찼어

눈깔사탕도 사 먹고 학교 앞 문방구에서 왕구슬도 10개나 샀지

학교 가면 덧샘 뺄셈 잘한다고 선생님이

' 참 잘했어요 ' 라고 공책에 남자애 얼굴이 새겨진 보라색 도장도 콕콕 찍어줬어

기분이 날아갔지


아버지의 화투는 확실하게 산수였어 점수계산 하려면 손가락 열개로 모자라니까 머리로 암산을 한 거야 8살에 말이지

아버지 8살 딸년 붙들고 어떻게 화투로 산수 가르칠 생각을 하셨을까


울 아버지 화투로 산수만 가르친 게 아니었어

일월부터 십이월까지 인생도 가르친 거야

잃기도 하고 따기도 하고 나가리 인생도 가르친 거지

그뿐이 아니야

나 8살에 뻥도 배웠어



나가리 :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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