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아버지

그리운 시절

by 서윤

극성 아버지


우리 동네는 버스종점이었어

산골마을에 첫차가 들어오면

길가 큰 마당에 주차를 하고

학생들이 다 타면

출발을 했지

문제는 울 아버지였어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가

날이면 날마다

여학생 책가방을 들고 와서

맨 앞자리에 가방을

턱 앉혀놓고

버스계단 앞에 진을 치고 앉아서

버스를 못 가게 막는 거였어


왜냐고 뻔하지

하얀 머리 할아버지 막내딸이

버스를 타야 하니까

아침마다 딸내미 책가방 챙겨서

버스에 앉혀놓고

버스를 잡고 있는 거야

딸년 10분이라도 더 재우려고

마을에서 하는 말이

저 어르신 노망이랴

망령 났댜 아무리 떠들어도

끄덕도 안 하셨어


무척 창피했지

학교 안 간다고 울어도 봤지

애들이 아버지보고 할아버지냐고

놀려댄다고도 했지

아랑곳하지 않으셨어

일찍 일어나서 먼저 나가지 그랬냐구

그것도 해봤지

그러면 뭐 해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아버지는 버스 앞에 앉아계셨는데

딸년이 사춘기가 왔다는 걸

아버지는 정녕 모르셨을까


오늘도 웃자 ! 으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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